경제·금융

논란많은 제3자배정 증자

최근 인수합병(M&A)이 활성화되면서 코스닥기업을 중심으로 제3자 배정 신주발행과 관련한 소송이 크게 늘고 있다. 이런 소송들은 적대적 M&A 세력의 지분매집에 대항해 기존 경영진이 지배권을 유지하기 위해 우호세력에 주식을 발행하거나, 1대주주와 2대주주 사이에 갈등이 생긴 기업에서 지분다툼이 벌어질 때 종종 제기된다. 주식시장에서도 3자배정을 통한 지분다툼이 호재 또는 악재로 작용하면서 일반투자자들의 관심이 한층 높아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제3자 배정은 기존 주주의 당해 기업에 대한 비례적 지배권이 희석되는 문제점이 있어, 기존 주주의 신주인수권 배제를 정당화할 만한 합리적인 사정이 있어야 한다는 게 법률적 해석이다. 과거 상법에는 이러한 제3자 배정의 합리적 기준에 관한 별도의 조항이 없었지만, 지난 2001년 7월 법 개정을 통해 주주이외의 제3자에 대한 신주배정을 허용하면서도 그 사유를 `신기술 도입, 재무구조의 개선 등 회사의 경영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로 한정했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기업들도 회사정관에 상법상의 제3자 배정조항을 그대로 편입하거나 `회사가 경영상 필요로 관련법에 의한 외국인 투자를 위한 경우, 증권거래법의 규정에 의해 주식매수선택권의 행사로 신주를 발행하는 경우`등의 사유를 추가, 제3자 배정이 가능토록 하고 있다. 요즘 발생하는 법률적 다툼은 대부분 `회사의 경영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라는 다소 애매모호한 사유에서 비롯된 것으로, 이미 예견된 일이라고 볼 수 있다. 이 문제와 관련, ▲우리 상법에서는 정관에 규정된 주식총발행 한도 내에서 이사회 결의사항으로 신주발행을 결정할 수 있도록 되어있고 ▲주주들에 의해 선임된 이사진이 기업경영을 책임지는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표방하고 있다. 따라서 경영진이 기업전체의 이익을 위해 제3자에게 주식을 배정하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또 이러한 기업전체의 이익에는 기존 경영진의 경영안정성도 하나의 요소가 된다고 보는 것이 옳다. 간혹 경영권 방어를 나쁜 것으로만 취급하는 언론의 보도가 있다. 하지만, M&A후 기업이 오히려 상황이 악화되어 도산한 사례도 다수 있으므로 기존 대주주의 경영권 방어목적이 주된 이유인 제3자배정을 나쁘게만 볼 수 없다. 따라서 제3자 배정에 있어 경영진이 적대적 M&A를 방어하기 위해 자신의 우호세력에게 제3자 배정을 실시하는 경우에도 상법에서 말하는 `회사의 경영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에 포함된다고 볼 수 있다. 다만, 회사의 부실경영에 책임이 있는 2대 경영진이 기존 1대주주의 이사해임의 소송제기에 맞서 오로지 자신의 부실경영 책임을 은폐하고 계속 경영권을 행사하기 위해 자신의 우호세력에게 실시하는 제3자 배정 등 제3자 배정이 현저하게 불공정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금지할 필요성도 있다. 올들어 상장기업과 코스닥기업들에 대한 M&A가 활성화되고 부실경영 책임이 있는 경영진에 대해 여러 측면에서 제재가 가해지고 있다. 외국인들의 지분율 상승도 이러한 추세를 가속화시키는 한 요인이 되고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 경영권 방어목적의 제3자 배정과 이에 대한 적법성을 둘러싼 법적분쟁은 양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분쟁 속에서 우리법원이 어떠한 판단을 해 나갈 것인지 그리고 이를 통해 우리사회가 어떤 합리적 기준을 마련할 것인 지 지켜보는 것도 매우 흥미로운 일이 될 것이다. <문일호 증권협 전문위원ㆍ변호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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