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이제는 간접투자시대/기고] 시장환경·제도 뒷받침을

이근영 금융감독원장지난 80년대 이후, 우리 증권시장은 양적ㆍ질적인 면에서 모두 크게 팽창 발전했다. 기업자금의 조달방식도 은행중심의 간접금융에서 증시를 통한 직접금융 방식으로 그 비중이 옮겨가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의 투자문화는 기업의 자산 및 미래 수익가치의 분석을 통한 장기적ㆍ안정적인 가치투자라기보다는 단기매매차익 실현에 치중하는 투기적 형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증시 안정과 선진화의 중요한 요소중 하나가 장기적ㆍ안정적인 투자문화 정착이다. 이를 위해서는 장기 안정 투자층 육성을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과 공정한 게임의 룰이 적용되는 시장환경 조성이 필요하다. 장기 안정 투자층의 육성을 위해서는 먼저 액면가가 아닌 시가를 기준으로 배당하는 시가배당제도 정착이 필요하다. 그동안 기업들은 공급자 중심의 정책 및 대주주의 종합과세 부담 가중 우려 등으로 회사이익을 배당으로 주주에게 환원하기보다는 내부에 유보하여 재투자 재원 등으로 활용해왔다. 이는 순기능에도 불구하고 장기 안정적 배당투자 및 자원의 효율적 배분 저해 등 역기능이 점차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시가배당제도는 중장기적 배당투자를 활성화하고 기업가치에 따른 선별투자를 유도, 은행 등 간접금융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온 기업 및 산업구조조정을 시장에서 투자자에 의해 자율적ㆍ상시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기반을 마련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따라서 기업의 이익을 최대한 투자자에게 환원하고 재투자여부를 투자자가 직접 결정케 함으로써 우량기업은 자금조달을 더욱 용이하게 하고 부실기업은 자금조달이 곤란해져 시장에서 자동퇴출되는 시스템을 정착시켜 나가야 한다. 다음으로 기관투자자의 시장참여 확대가 필요하다. 우리 증시는 기관투자자의 역할이 미흡한 가운데 외국인 투자의 증대로 이들의 영향력이 점증하고, 온라인 거래 급증 등 개인투자자 중심의 단기투기성 매매가 늘어 시장의 불안정성이 확대되고 있다. 기관투자자는 기업이나 시장에 대한 분석력이 높고 자금력도 풍부하기 때문에 단기적인 주가하락에 연연하지 않고 장기적 안목에서 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등 증권시장의 안전판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 또한 투자자의 다양한 욕구(needs)를 충족할 수 있는 금융상품을 적극 개발하고, 투자리스크의 효율적 관리를 위한 헷지(hedge) 수단을 다양화시켜 증시의 수급구조를 안정화시켜 나가야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최근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ETF(상장지수펀드) 및 일부 보험회사에서 판매예정인 변액 연금보험의 활성화와 함께 기업연금상품 등 증시수요기반 확충을 위한 신규상품 개발을 적극 추진해나가야 할 것이다. 은행ㆍ증권ㆍ보험 등 금융기관간 연계상품을 개발함으로써 투자자의 선택 폭을 넓혀주고 고객위주의 원 스톱 금융서비스도 더욱 확대돼야 할 것이다. 아울러 장기투자문화 정착을 위해서는 불공정거래 예방, 회계 및 공시제도 개선 등을 통해 시장의 공정성ㆍ투명성을 높여 투자자의 신뢰를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 증권시장은 시장참여자의 신뢰를 먹고 산다고 한다. 최근 미국 증시가 엔론 등 일부기업의 회계부정사건으로 인하여 투자자의 신뢰를 상실함으로써 시장 전체의 위기를 초래했던 사실은 우리에게 좋은 교훈이 될 수 있다. 증권시장은 공급자(기업) 중심으로부터 수요자(투자자)중심으로 그 축이 변화하고 있다. 장기투자문화의 육성은 이러한 변화의 한가운데 자리잡고 있는 것이며, 이는 곧 건강하고 투명한 증시 풍토 조성과 지속적인 경제발전의 버팀목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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