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에 대한 삼성그룹의 비관론이 새삼 관심을 끌고 있다.
삼성그룹의 '싱크 탱크'는 삼성경제연구소와 삼성증권이라고 할 수 있다. 삼성그룹 리서치의 핵심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한국 경제에 대한 비관적 전망으로 이미 유명하다. 그런데 삼성증권이 한 술 더 뜨고 나왔다. 삼성경제연구소보다도 내년 우리 경제를 어둡게 보고 나선 것이다.
삼성증권은 지난 1일 발표한 '2005년 주식시장 전망'에서 여의도 증권가를 지배하고 있는 내년 증시 '대망론'에 찬물을 확 끼얹었다.
라이벌 증권사인 LG투자증권은 내년 종합주가지수가 1,040포인트, 대우증권은 1,200포인트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삼성증권은 최고 지수로 980포인트를 제시했다.
1,100포인트 안팎과 980포인트 사이엔 별 차이가 없는 것 같지만 상징적.심리적격차가 매우 크다. 한국 증시 역사상 1,000포인트를 넘었던 적은 1989년(1,007.77P)과 1994년(1,138.75P), 1999년(1,059.04P) 등 3차례 밖에 없었다. 그만큼 1,000포인트는 등정이 어려운 '마(魔)의 지수대"로 여겨지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한국 증시가 현재 크게 저평가 돼있는 만큼 1,000포인트를 돌파한다면 새로운 지평이 열릴 것으로 잔뜩 기대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삼성증권은 현 지수대에서 아주 가까이 있는 900대를 전망함으로써 '리스크'도 크게 떠안았다. 올해를 한 달 남겨둔 지난 1일 종합주가지수는 876.80이다.
우리나라 증시의 변동성이 매우 크다는 점을 감안하면 센 훈풍만 한번 타면 단숨에 900포인트를 넘어 1,000 이상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다. 올해의 주가 최고.최저점간의 변동폭은 220포인트였다. 그럼에도 삼성증권은 굳이 1,000이라는 숫자를외면했다.
만약 내년 지수가 1,000포인트를 찍는다면 삼성증권 리서치가 받는 타격은 매우클 것이다.
삼성증권의 증시 전망은 비관적인 경제전망의 연장선상에 있다. 삼성증권은 지난달 30일 내년 성장률이 연간 3.5%, 상반기 성장률은 2.9%로 추락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삼성경제연구소의 전망치보다도 더 짠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내년 성장률로 상반기 3.5%, 하반기 4.0%, 연간 3.7%를 제시해 놓고 있다.
삼성증권 홍기석 증권조사팀장은 "이번 전망은 철저히 경제 펀더멘털과 유동성 흐름에 충실했다"면서 "내년엔 주요 기업들의 실적이 악화되면서 외국인들이 매도에나설 가능성이 있기때문에 주가 예측치를 높게 잡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모 증권사의 리서치 담당자는 "아무리 펀더멘털에 근거한다고 하지만 대부분의 증시 전략가들이 1,000포인트가 넘을 것이라고 입을 모으는 분위기 속에서 '그렇지않다'고 말하기는 매우 힘든 것"이라면서 "삼성증권의 주가 예측이 맞을 지 여부를떠나 그 '용기'는 인정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종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