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많은 젊은이가 '스펙 쌓기'에 여념이 없다. 대학생은 취업을 위해, 직장인은 승진을 위해 자격증이나 외국어 공부 등에 매달린 지 오래다. 하지만 남보다 더 나은 스펙을 갖추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다 보니 항상 불안할 수밖에 없다. 내가 이만큼 준비하면 다른 사람이 저만큼 더 준비하니 결국 모두가 '울면서 달리기'할 수밖에 없다. 행복하기 위한 공부가 우리의 삶을 오히려 힘겹게 만들고 있는 셈이다. 이는 출세와 명예와 간판을 위해 매진하는 가짜 공부를 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 아닐까 싶다.
'공부의 기쁨이란 무엇인가'를 쓴 김병완 작가는 사람들이 공부를 싫어하는 이유로 세 가지를 꼽았다. 첫째, 강요된 공부이기 때문이다. 스스로 할 때는 재미와 함께 도전의식을 가지게 되지만 억지로 하다 보니 스트레스와 비효율만 생긴다는 것이다. 둘째, 공부의 의미와 이유를 간과하기 때문이다. 공부의 참된 의미를 깨닫지 못하는 사람은 조금만 힘들어도 금세 포기한다. 셋째, 당장의 시험 성적에만 연연하기 때문이다. 눈앞의 시험과 성적에만 이끌린 공부는 수동적일 수밖에 없다.
진짜 공부를 통해 내공을 키운 고수들을 만나보면 자신의 지식을 자랑하며 아는 척하지 않는다. 오히려 아는 것도 모르는 척하면서 배운다. 사람들이 아는 얘기라며 흘려들을 때 고수들은 그 속에서 새로운 깨달음을 얻는다. 공부는 지식을 쌓거나 채우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비워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공부를 하다 보면 자신이 그동안 알고 있던 지식의 한계를 깨닫고 생각의 벽을 허물어버리는 순간을 경험하게 된다. 이때야말로 자기 자신을 뛰어넘는 진정한 공부의 기쁨을 느낄 수 있다.
무엇보다도 진짜 공부는 남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것이 아니라 남과 나누기 위한 것이어야 한다. 지금 우리가 누리는 거의 모든 것은 부모와 가족·이웃으로부터 도움을 받은 것이다. 따라서 우리도 이제는 받은 만큼 다른 사람들에게 베풀어야 한다. 핀란드의 교실에서는 우등생과 열등생이 함께 앉아 수업을 받는다.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 못하는 친구에게 가르쳐주는 것이 보편화돼 있다. 사실 다른 사람과 나누는 공부 방식은 효과적이기도 하다. 혼자서 1시간 공부하는 것보다 다른 사람에게 10분 가르쳐주는 것이 뇌과학적으로도 더 오래 남는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사교육비와 대학진학률이 1위를 차지할 정도로 공부에 대한 관심이 높다. 하지만 행복지수는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어릴 때부터 진정한 공부를 할 수 있도록 사회적 여건 마련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그것이 초고속으로 변화하는 세상에서 성장의 동력을 잃지 않고 행복한 사회로 발전해나갈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