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데스크 칼럼/8월 27일] '효율만능'을 버려라

‘장관들은 다 그래.’‘8ㆍ8개각’에 따른 신임 총리후보와 장관후보들에 대한 청문회를 지켜본 국민들이라면 아마 똑 같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이번에도 역시 예상이 빗나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은행법을 위반한 국무총리 후보와 쪽방촌을 투기대상으로 삼은 지식경제부 장관 후보, 위장전입과 부동산 투기의 전형을 보여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 논문중복게재를 한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후보, 대한민국 국적을 버린 딸을 둔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 국민 갈등을 조장하는 돌출발언을 쏟아내는 경찰총장 후보 등등.


청문회를 통해 밝혀진 내용들이 큰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다. ‘능력제일’‘효율만능’이 사회의 최우선 가치로 인식되던 압축성장 시기를 살아온 사람들은 ‘다 그런 것’아니냐고 말할 수도 있다.

실제 청와대나 한나라당 등 여권 내부에서는 이들 후보들의 과거가 업무수행에 차질을 빚을 정도의 흠은 아니라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한다.

과연 그럴까. 이미 세상의 비웃음 거리가 된 그들이 대한민국을 이끄는 중책을 수행할 수 있을까.

현행법을 위반한 총리와 각종 편법과 탈법을 선보인 문화부 장관, 투기에 앞장선 지경부 장관의 말을 누가 마음으로 승복 할까.

논문중복게재를 한 교육부 장관이 대학 교수나 연구원들을 만나 무슨 얘기를 할 수 있을까.

자식의 국적을 지켜내지 못한 복지부 장관이 우리나라의 최대 당면 현안인 출산율 제고와 인구 감소에 대해 누구를 어떻게 설득할 수 있을까.


업무수행에 문제가 된다면 아무리 작은 흠이라도 결코 가볍게 생각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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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 들어 효율만능주의는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번 청문회에서 후보들의 위장전입 문제가 불궈지자, 투기목적이 아닌 아이들의 교육목적 위장전입은 사회적 합의로 풀자는 주장이 제기될 정도로 효율만능에 대한 잘못된 의식이 심각하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인 빌 게이츠는 최고경영자인 스티브 발머와 하버드 대학에 다닐 때 짧은 시간을 투자해 좋은 학점을 따는 것을 ‘효율’로 생각하며 벼락치기 공부를 자랑하는 치기를 부린 적이 있었다고 회고한 바 있다.

효율은 들인 노력과 얻은 결과의 비율을 말한다. 따라서 가장 적은 노력으로 가장 좋은 점수를 얻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잘못된 생각으로 효율만능 만을 추구하던 대학생활에 대한 자성이다.

우리 사회도 이제 효율이란 덕목이 언제까지 모든 가치에 우선해야 하는지 심각하게 반문해야 할 시기가 됐다.

모든 분야에서 만능으로 통하는 ‘효율적’이라는 ‘어사마패’를 언제까지 인정해야 하는가에 대한 사회적 고민이 필요하다.

이명박 대통령이 고위공직자에 대해 보다 엄격한 도덕적 기준을 요구하겠다고 밝힌 것도 효율이란 명분 아래 지금까지 별 무리 없이 통용되던 ‘다 그래’를 더 이상은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마패회수 선언이다.

사상 첫 여성 대법관으로 이름을 남긴 김영란씨는 ‘법관들은 다 그래’를 뒤집는 행동으로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그는 최근 열린 퇴임식 자리에서 변호사 개업을 하지 않고 대법관 경험을 살려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찾을 생각이라고 밝혔다.

고위법관으로 퇴직할 경우 대부분 곧바로 개인 변호사 개업을 하거나, 대형로펌으로 자리를 옮기는 일반적인 법조계 풍토를 뒤집은 것이다. 이는 평생 번 돈 보다 많은 돈을 1~2년 사이에 벌 수 있는 기회를 포기했다는 의미이다. 전관예우가 부당하다는 것은 상식이다. 하지만 김 전 대법관도 관행으로 굳은 ‘다 그래’를 뒤집는 결정을 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김 전 대법관은 최초의 여성대법관 보다는 아름다운 뒷모습을 남긴 대법관으로 더욱 오래 기억될 것이다.

김 전 대법관 같이 ‘다 그래’를 유쾌하게 뒤집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싶다. 효율만능주의에서 벗어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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