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철 동원산업 회장은 12일 “불법 정치자금은 단 한푼도 내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법사위의 `불법대선자금 등에 관한 청문회`에 증인으로 참석, 노무현 대통령후보측에 50억원을 제공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민주당 김경재 의원의 질문에 “100만원 단위의 후원금 외에 불법 자금을 준 적이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회장은 이어 “문병욱 썬앤문그룹 회장을 한번도 본 적이 없다”면서 “동원캐피탈과 관련된 썬앤문그룹의 양평 TPC 골프장 매각 사건도 최근에 알았으며 1996년 대출이 시작됐고 1999년에 경락이 모두 끝난 것으로 대선자금과 관계없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자신의 의혹 제기에 대해 “신뢰할만한 정보원인 국정원 간부로부터 동원그룹의 불법정치자금 제보를 받았다”고 말했으나 이 간부의 이름은 공개하지 않았다. 또 대부업체 `굿머니`의 전 직원으로 증인출석한 김진희씨는 “당시 (굿머니) 대표 김영훈씨의 지시에 따라 2억원을 5개(10억원)로 나눠 여행용 가방에 담은 뒤 직원차에 실어서 김 대표에게 전달한 것을 11월말과 12월말께 두차례 봤다”며 “(돈은) 직원들이 (은행에서) 찾아다 놓았다”고 밝혔다. 김씨는 대선 이후 정치권에 추가로 돈을 전달했는지에 대해서는 “참여하지는 않았고 이야기는 들었다. 2월말쯤인 것으로 안다”고 진술했다. 이에 앞서 민주당 조재환 의원은 굿머니 간부 등을 상대로 2002년 대선을 전후 굿머니측이 노무현 대통령후보 비서실장이었던 현재 열린우리당 신계륜 의원에게 30억원을 전달했다는 의혹을 집중 추궁했다.
김씨는 신 의원에게 전달된 과정은 목격하지 않았다면서도 “500억원의 큰 돈이 움직였는데 위에서 뭔가 작용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했다”며 “확실하게 정치권에 돈이 들어갔다는 점은 증언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신 의원 관련 부분에 대해 “굿머니 사장과 직원이 통화하는 것을 바로 옆자리에서 들었다”며 “전화한 것은 (2002년) 12월말께”라고 답변했다. 조 의원은 전날 노 대통령이 굿머니측에 `감사하다`고 말한 육성이 담긴 보이스펜 2개가 있다고 주장한 데 이어 이날도 보이스펜의 존재 여부에 대해 추궁했고 김씨는 “보이스펜 내용이 담긴 CD를 일부 들은 적이 있으나 들은 내용에 대해 진술하기는 곤란하다”고 답변한 뒤 들은 내용을 자료로 보관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씨는 보이스펜 내용을 CD에 복사한 이유에 대해 “(사람의) 마음까지는 알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말해 만약을 위해 자료를 남겼음을 시사했다. 이에 대해 신 의원은 “김영훈씨와는 아는 사이이고 한 두번 통화도 했고 만난 적도 있다”면서 “그러나 11월 전후해서는 만나거나 통화한 사실이 없으며 나는 대선자금과 무관하고 그 사람으로부터 돈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민경찬씨 펀드조성 의혹과 관련, 증인으로 나온 신해용 금융감독원 자산운용국장은 “지난달 29일 민씨 관련 보도를 본 뒤 청와대와 내용을 협의한 적이 있다”며 “전화를 해와서 관련법규 위반 내용을 보내 달라고 해 보내줬고 그 과정에서 민씨와 마산고 동기인 박삼철 비제도금융국 팀장이 친구들한테 수소문하는 과정에서 또 청와대에서 전화가 와 (청와대측이) 친구니까 만나서 사실을 확인해 달라고 주문했다”고 밝혔다. 박삼철 팀장은 증인으로 참석, `청와대의 누구와 대화했느냐`는 질문에 “민정수석실 유재수 과장”이라고 답변했다.
이광재 전 국정상황실장은 “대한민국 정치인이 대통령 노무현에게 적어도 돈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생각한다”며 “2001년 8월부터 2002년 12월까지 노 후보의 카드가 연체되는 상황이 12번이나 있었다”고 말했다.
<구동본기자, 임동석기자 dbkoo@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