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선택의 날,심판의 날(사설)

오늘(18일)은 제15대 대통령을 선출하는 역사적인 날이다. 굳이 「역사적」이라는 의미를 부여한 것은 이번 선거에서 유권자들이 행사하는 한표 한표가 그대로 우리의 장래를 결정짓는다는 의미에서다. 우리 헌정사상 이처럼 어려운 선택을 강요 받은 경우도 아마 없었을 것이다.지금은 국가부도위기 상황이다. 국제통화기금(IMF)에 경제주권까지 넘겨주는 수모를 감수하면서 구제금융에 매달리고 있는 판국이다. 국민소득이 1만달러를 돌파, 세계 제11위의 경제대국이 됐다고 거들먹거린게 2년전 얘긴데 5천달러 시대로 돌아가 버렸다. 또 경제대국에 걸맞는 국제적 위상을 제고한다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한 것이 1년전이다. 이제 OECD회원국 자격을 자진해서 유예해야 한다는 지적도 학계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해프닝도 이만 저만한 해프닝이 아니다. 국민이 지도자를 잘못 선택했을 때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한국에서 그대로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사실 김영삼 대통령은 민주적인 절차를 통해 대통령에 당선됐다. 따라서 오늘의 국가부도위기에 대한 책임을 김대통령에게만 물을 수 없다. 그를 뽑은 국민들에게도 있다. 역사는 과거를 비춰주는 거울이다. 그러면서도 스스로 되풀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후세에 많은 교훈을 안겨준다. 김대통령의 실정이 거듭되자 그의 정치적 고향인 부산에서는 한때 단지소동 에피소드가 나돌았다. 그에게 몰표를 안겨줘 대통령으로 당선시킨데 대한 자책감에서다. 투표일이 다가오면서 또다시 우리정치의 고질적 병폐인 지역감정이 고개를 쳐들기 시작했다. 손가락을 자르고 싶다는 것이 엊그제 일이다. 정말 이번만큼은 투표권을 잘 행사해야 한다. 잘못 선출했다고 후회할 때는 버스 지나간 뒤다. 이제는 지역감정도 버릴 때가 됐다. 부도난 가계, 도산직전인 직장, 침몰하는 나라를 구하는 심정으로 투표에 임해야 한다. 본란은 새 대통령의 덕목과 관련, 이미 여러차례에 걸쳐 견해를 피력한바 있다. 우선 확고한 리더십과 멀리 내다보는 눈, 국가와 민족을 위해 신명을 바칠 수 있는 자세가 돼 있어야 한다. 21세기를 여는 대통령으로서 통일도 예비해야 할 것이다. 국제화 세계화시대에 외교를 알고 경제에도 일가견이 있어야 한다. 민주주의 국가에 있어서 심판은 투표다. 주권을 행사함으로써 심판하는 것이다. 마음에 드는 사람이 없다고 기권할 일이 아니라 차선을 선택해야 한다. 그것이 민주주의다. 이번 선거에는 유권자 모두가 꼭 참여해야 한다. 그래서 국가부도위기를 헤쳐 나갈 수 있는 지도자를 국민의 합일된 의사로 뽑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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