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현대중공업 노조의 꼼수

파업 찬반투표에 조합원 25%만 참여

투표율 저조하자 마감 무기한 연장

현대중공업 노조가 임금·단체협상과 관련해 노조원들의 파업을 유도하기 위해 투표 마감일 연장이라는 꼼수를 동원, 노동계 안팎에서 비난이 일고 있다. 노조가 파업에 돌입하기 위해서는 전체 조합원 가운데 50% 이상이 찬성을 해야 하는데 파업에 대한 부정적 여론 등으로 투표율이 저조하자 이 같은 꼼수를 부린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지난 24일 오후 기자회견을 통해 "회사가 투표를 방해하고 있다"며 당초 23일부터 26일까지 나흘간 진행하기로 했던 파업 찬반투표를 무기한 연기한다고 선언했다. 정병모 현대중 노조위원장은 "관리자들이 면담을 핑계로 조합원들을 불러놓고 '투표통지표를 가져와라' '총회(투표)에 가지 마라'는 등의 압력을 넣고 그것도 모자라 관리자를 총동원해 투표장 주변에서 감시까지 하고 있다"며 "26일 오후1시까지 진행할 예정이었던 쟁의행위 찬반투표 마감시한을 투표가 원만하게 마무리될 때까지 무기한 연장한다"고 밝혔다.

노조 규약상 합법적인 파업을 위해서는 전체 조합원 1만8,000여명 가운데 50% 이상이 찬성을 해야 하지만 24일까지 이틀간 진행된 투표에서 25%가량만이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남은 이틀 동안 투표율이 대폭 높아지고 찬성표가 압도적으로 나온다고 하더라도 파업 찬성률 50%를 넘기 힘든 상황이다. 노조는 마감 48시간 이전에는 투표일을 연장할 수 있다는 규약을 들어 24일 오후 연장 공고를 냈다.


회사는 노조의 투표 방해 주장에 적반하장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겉으로는 투표 방해를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저조한 투표율 때문에 노조가 꼼수를 부린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회사의 한 관계자는 "투표율이 저조하다고 투표일을 무기한 연기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면서 "과반 찬성이 나올 때까지 투표하겠다는 것인데 세상에 이런 투표가 어디에 있는까 싶을 정도"라며 황당해했다. 20년 만의 파업을 위해 조합원들의 뜻을 제대로 수렴하지 않고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것이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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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노조가 파업 가결에 목매는 것은 지난 19년 동안 파업을 하지 않은 이전 노조와의 차별성을 부각시키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또 계열 사업장 노조인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와 현대삼호중공업지회, 울산대학교병원분회, 현대호텔노조울산, 연대노조 울산과학대지부, 울산민들레분회(울산대병원 청소용역 노동자노조),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 등과 함께 올해 임금과 단체교섭에서 공동 투쟁을 결의한 것도 한 이유로 꼽힌다.

하지만 실제 여론은 파업에 부정적인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상반기 조(兆) 단위의 영업적자로 경영실적 악화에 시달리고 있는 현대중공업은 최근 권오갑 사장이 구원투수로 나서며 반전을 꾀하고 있다. 권 사장은 파업 찬반투표 첫날인 23일부터 계속 울산공장 출입문에서 조합원을 상대로 출근인사와 함께 편지를 전하며 함께 어려움을 극복하자는 마음을 전하고 있다. 또 최근 교섭에서 노조에 불리한 일부 조항을 없애기로 하는 등 조합원 마음 돌리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권 사장의 이러한 행보와 사상 최악의 경영실적 등이 겹치면서 현장에서는 파업하더라도 올해는 실제로 얻어 낼 수 있는 게 많지 않을 것이라는 분위기가 강하다.

지역 노사 전문가는 "조합원의 뜻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채 무리하게 진행하는 파업은 정당성을 얻기가 어렵다"며 "파업 목적이 아닌 노사 상생을 위한 임단협이 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회사는 최근 교섭에서 정기상여금 800% 가운데 700%를 통상임금에 포함시키고 기본급 3만7,000원 인상과 생산성향상격려금 300만원, 경영목표격려금 200만원 등의 협상안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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