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정부 사실상 5% 성장목표 포기

정부 사실상 5% 성장목표 포기 한덕수 부총리겸 재정경제부장관이 30일 고민끝에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인 5%를 사실상 포기하는 발언을 했다. 이는 앞으로 경기가 나아지더라도 5%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현실적 판단에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더욱이 한 부총리는 경제시스템을 획기적으로 개선하지 못하면 일본식 장기 불황에 빠질 수도 있음을 경고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추경예산 편성을 포함한 경기회복 방안의 마련과 시장친화적인 방향으로의 경제시스템 개선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미국을 비롯한 세계경기의 둔화 ▲중국의 위안화 절상 가능성 ▲ 환율하락 압력 증가 ▲국제유가 불안 ▲북한 핵을 둘러싼 긴장 고조 등 해외의 부정적인변수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어느정도 실효를 거둘지 미지수다. 특히 정치권은 이미 내년부터 시작되는 지자체장 선거와 대통령 선거 등 정치적일정에 맞춰 대중 영합적인 인기몰이에 빠져들 가능성이 적지 않기 때문에 경제시스템 혁신을 위한 정부의 노력이 허망한 메아리로 끝날 가능성도 있다. ◆ 사실상 5% 포기..장기불황 가능성 경고 한 부총리는 이날 서울 조선호텔에서 한국경제 주최로 열린 밀레니엄포럼에서 "2.4분기 경제성장률도 1.4분기(2.7%) 정도의 수준이거나 조금 나은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하반기 성장률은 좀 더 잠재성장률에 가깝겠지만 이대로 간다면 5%는 안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5%의 성장률은 의지의 목표로 이해해 달라"고 주문했다. 이는 그동안 경제성장률 5%의 목표에는 변함이 없다는 재경부의 일관된 입장과는 다른 것이다. 그동안 재경부는 성장률이 5%에 미달할 가능성에 대해 인정은 하면서도 공식적으로는 비슷한 언급도 피했다. 연합뉴스가 최근 `재경부가 5%성장 목표 수정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자 재경부는 즉각 해명자료를 통해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못박을 정도였다. 따라서 한 부총리가 5% 목표 달성이 어렵다고 발언한 것은 내용에서는 기존의 목표치에 대한 포기를 의미한다. 형식적으로는 7월초에 발표되는 하반기 경제운용계획에서 목표치를 어떤 방식으로든 변경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게다가 한 부총리는 한국경제가 일본식의 장기불황에 빠질 가능성도 있음을 경고했다. 그는 이날 정부 무주리조트에서 열리는 열린우리당 국회의원.중앙위원 연석회의주제발표문에서 "경제시스템의 획기적인 개선을 이루지 못할 경우 일본과 같은 장기침체의 늪에 빠질 소지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은 환율 절상과 금융부실 외에도 구조개혁의 지연으로 인한 생산성 부진에 근본적 원인이 있다"며 "세계화의 가속화와 중국의 급부상,고령화의 진전 등을 감안할 때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길어야 10~15년 정도"라 고 설명했다. ◆ 5% 목표 왜 포기하나 재경부가 사실상 5% 목표를 포기한 것은 아무리 노력을 해도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 1.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7%에 불과했으며 2.4분기도 전분기보다 크게 개선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따라서 5% 성장을 위해서는 하반기에는 7% 안팎의 고성장을 이뤄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는 정책 당국자는 거의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통계청이 이날 발표한 `4월 산업활동 동향'이 예상보다 부진했던 것도정부의 이런 변화를 촉진한 것으로 보인다. 선행지수 전년 동월비 전월차는 올들어 3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이다 4월들어 감소세로 돌아선 데다 4월의 순환변동치 전월차도 작년 8월이후 최대폭을 기록했다. 생산.소비.투자는 전월비 기준으로 일제히 감소세를 나타냈다. 한 부총리는 일찌감치 정부가 현실성없는 5% 목표치에 매달리고 있는데 대해 탐탁지 않게 생각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외 신뢰할만한 기관들이 4%안팎의 성장을 예상하고 있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5%를 고집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한 부총리의 솔직한 견해였다는 것이다. 연구기관의 한 관계자는 "실제 성장률이 목표치에 크게 미달하면 정부에 대한신뢰가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한다는 점과 앞으로 경기회복을 위한 정책적 수단을 총동원하기 위해서는 위기의식이 필요하다는 점을 한 부총리는 충분히 감안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정부, 추경 신중 검토..투자 활성화 대책 마련 정부는 경기의 조속한 회복을 위해 확장적인 재정기조를 유지하면서 부문별 경제활성화 대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기업들의 투자를 활성화할 수 있는 개선 대책을 잇따라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우선 2.4분기 경제실적 등 전반적인 경기상황과 재정 여건을 종합적으로고려해 추경편성 여부를 신중하게 검토하기로 했다. 재경부는 이와 관련, "추경의 규모와 시기를 검토하는 게 아니라 추경을 해야할지, 말아야할 지를 살펴보는 단계"라고 밝히고 있지만 민간 경제전문가들은 추경의실효성을 위해서는 빠른 시일내에 확정, 집행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정부는 이와 함께 민간투자유치사업(BTL) 가운데 1조원 규모를 올해 집행한다는방침에 따라 사업 시행법인에 대한 세제 혜택을 부여해 8월에 착공하고 20개 대형국책사업의 차질없는 추진을 위해 매 분기마다 1차례 이상 점검하기로 했다. 또 기업하기 좋은 환경과 서비스업 육성을 위해 영세 자영업자 대책, 중소기업대책, 벤처 활성화 추가 대책 등의 세부대책을 마련, 이달 말과 다음 달에 순차적으로 발표할 예정이다. 아울러 하반기 중에 관광.레저산업, 농수산물 유통, 금융산업 진입.영업 규제등에 대한 획기적인 방안을 추가로 마련하기로 했다. 재경부 관계자는 "다음달 말로 예정된 하반기 경제운용 방향 발표에 대비해 경기 회복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정책 수단을 점검하고 있다"고 전했다. ◆추경 편성 등도 실효성 `의문' 경제전문가들은 정부가 경기회복을 위해 추경예산편성과 종합투자계획, 저금리정책 등을 거론하고 있지만 이런 조치들이 실제로 효과를 내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신석하 연구위원은 "추경예산 편성이 경제성장률에 반영이되려면 시차가 있는데다 어느 쪽에다 지출하느냐에 따라 효과가 달라지기 때문에 어떤 효과가 있을지는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LG경제연구원 신민영 연구원도 "정부가 경기회복을 위해 동원할 수 있는 방안은거의 다 내놓았지만 크게 도움이 되고 있지는 않다"며 "추경도 편성 규모에 따라 효과가 달라질 것이고 그 효과가 나타나는데는 시간이 걸리므로 올해 경제성장에 얼마나 도움이 될 지는 단정적으로 말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한국조세연구원 노영훈 연구위원은 거래세 인하 등의 부동산 정책과 관련, "이미 지어진 주택에 대해 취득세 등 거래세의 세율을 낮추는 조치는 경제성장률에는별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며 "건설업체에 호재가 나타나 착공이 되고 이로 인한 고용 증대가 이뤄져야 경기가 활성화 될 것"이라고 밝혔다. 노 연구위원은 "정부는 기업도시나 BTL사업 등 기존에 추진하던 사업이나 주택건설 사업이 실제 착공으로 빨리 이어지도록 애써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재경팀 입력시간 : 2005/05/30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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