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2004 한국건축문화大賞] 올해의 건축인상 '이창남 센구조연구소 대표'

구조설계 중요성 인지 계기되길

“천직으로 알고 일하다 보니 상이 저절로 굴러들어온 것 같습니다.” 센구조연구소 이창남 대표이사는 “정도(正道)를 걸으면 하나님이 길을 열어주신다”며 “이번 수상이 구조설계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일반인들에게 구조란 단어는 다소 생소하지만 삼풍백화점이나 성수대교가 무너졌을 때 그 원인을 진단한다고 하면 고개를 끄덕거린다. 이 대표 역시 각종 건축물 붕괴사고 때마다 참담한 심정으로 그 자리에 참석해왔다. 9ㆍ11테러로 미국 무역센터가 무너졌을 때도 갖가지 추측이 나왔지만 이 대표의 분석력은 단연 돋보였다. 그는 “유류 4통을 실은 항공기가 고속으로 뚫고 들어간 힘으로 불이 붙자 그 열로 인해 철골재의 내력이 급속도로 떨어져 엿가락처럼 휘었다”며 “철골이 휘기 시작하자 위층부터 한 칸씩 주저앉듯 차곡차곡 건물이 내려앉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구조설계의 한 우물만 파온 사람이다. 어려운 길이 나타나면 오히려 원군(援軍)으로 생각하고 끈질기게 극복해냈다. 그가 73년에 설립한 센구조연구소는 지난 30년간 4,000여 프로젝트의 구조설계를 했다. 최근에는 공사기간과 공사비용을 절감시켜주는 가치 엔지니어링(VEㆍValue Engineering) 업무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실무경험은 그대로 연구개발에 녹아 특허 및 실용신안 등록(40여건)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노력은 지난 8월 강콘크리트(TSC) 구조공법의 신기술 지정으로 빛을 발했다. TSC공법은 강재 단면을 구조부재의 외피에 배치해 거푸집 역할을 겸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하부에 집중배치 한 강판이 인장 내력을 발휘한다. 이 대표는 “TSC공법을 쓰면 철근콘크리트 보다 공사기간이 줄고 철골조 보다 15~25% 정도 공사비가 줄어든다”며 “내구성과 경제성이 모두 우수해 세계적으로 봐도 전혀 손색이 없는 공법”이라고 소개했다. 이 공법은 대치동 센트로빌 아파트, 구로동 코오롱디지털타워 등에 적용됐다. 그가 지금까지 해온 구조작업 중 가장 인상적인 작업은 한국종합무역센터와 인천국제공항. 그 규모가 엄청나지만 주변의 근거없는 비판으로 공사 진척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는 “특히 인천공항의 경우 IMF 직후라 모든 대형 프로젝트가 중단된 상황에서 모든 시선이 집중됐고, 온갖 비난과 부정확한 소문으로 인해 맘 고생이 심했던 작업”이라며 “인천공항은 절대로 부실시공이 아니며 오히려 구조적으로 굉장히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구조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예산을 핑계로 이를 게을리 하고 있는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구조설계는 마치면 그만이고, 사고가 터진 다음에야 119를 부르듯 구조 전문가를 찾는 관행을 고쳐야 할 것”이라며 “구조기술자가 감리 경험을 쌓고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