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월요초대석] 김승유 하나은행장

김희중 경제부장 jjkim@sed.co.kr “SK글로벌 사태와 가계대출 연체율 상승으로 인한 부실은 올해 다 털어내고 내년부터는 서울은행과의 합병 시너지효과를 최대한 끌어올려 1조원대 이상의 순익을 올리겠습니다. 또 일본 신세이은행과의 지분매각협상과 내년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을 잘 마무리해 말 그대로 리딩뱅크가 될 것입니다.” 참여정부 출범을 앞두고 터진 SK글로벌 사태를 뚝심으로 해결해 올해 금융계는 물론 경제계의 주목을 받았던 김승유(60) 하나은행장은 이제 외풍을 잠재운 만큼 은행의 내실을 다지는데 매진하겠다고 다짐했다. 원칙을 중시하는 김 행장은 SK글로벌 사태가 터지자 경제에 미치는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사태해결에 매진했다. 특히 해외채권단들의 무리한 요구에 대해 끝까지 원칙을 고수함으로써 한국금융의 자존심을 지켰다는 평을 들었다. 그런 때문인지 김 행장은 “SK글로벌 사태 때문에 올해는 서울은행과 합병에 따른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하지 못했다”며 “이제 은행경영에 더욱 힘을 쏟아 내년부터는 초우량 하나은행의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작년 12월 서울은행과의 합병을 통해 하나은행은 명실상부하게 국내빅4은행으로서의 입지를 다졌습니다. 그러나 아직 풀지 못한 숙제도 많이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통합작업에 대한 평가와 앞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통합작업은 전반적으로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지난 5월6일 전산통합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고, 점포망 조정과 인력재배치가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습니다. 지난 9개월간 진행된 인력의 교차배치로 현재 옛 서울은행 직원과 하나은행 직원들이 대부분 영업점에서 함께 생활하고 있고, 서로의 장단점을 배워가고 있습니다. 직원들의 감정적인 화학적 결합은 이미 완성단계에 접어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남은 문제는 옛 서울은행 직원과 하나은행 직원 사이의 직급조종과 복리후생 문제입니다. 이것도 인사팀안에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올해 안으로 마무리 지을 생각입니다. -은행들의 올 실적이 예상보다 좋지 않습니다. 특히 SK글로벌 사태와 가계대출연체가 문제입니다. 하나은행의 올 실적을 궁금해하는 주주들이 많던데요. ▲올 상반기는 SK글로벌, 신용카드, 가계대출문제로 실적이 저조했습니다. 그렇지만 하반기에 더 이상 큰 악재만 없다면 5,000억원 수준의 흑자를 거둘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올 상반기 실적저조는 리스크 관리를 적절히 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전반적인 시스템정비작업을 진행중에 있습니다. 내년에는 서울은행과의 본격적인 합병시너지 효과로 1조원까지도 이익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익의 극대화로 내부유보에 의한 착실한 자본확충을 추진하고 미래를 대비한 새로운 경영비전의 수립과 추진하겠습니다. -2005년까지 금융지주사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밝히셨는데, 계획대로 잘 진행되고 있습니까. ▲금융지주사로의 전환은 하나은행이 처음부터 계획해 온 것입니다. 현재는 계열사내 은행비중이 90%이상으로 높아 금융지주사의 의미가 적으나 2005년까지 비은행 계열사의 비중을 30~40% 수준까지 높여 지주사로 전환이 가능하도록 할 예정입니다. 고객에게 종합금융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금융지주사를 중심으로 계열 금융사간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또 해외증시 상장을 위해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하고 있는 하나은행 지분 21.66%를 전량 매입해 내년에 약 10%는 소각하고 나머지 12.4%는 주식예탁증서(DR)를 발행해 뉴욕증시에 상장할 계획입니다. 현재 전략적 투자관계를 맺고 있는 동원금융지주와는 금융지주사 추진과는 별도로 우호적인 협력관계를 계속 유지할 것입니다. -일본 신세이은행과 자본제휴를 추진하고 중국 칭다오은행을 인수하는 등 대외적인 협력도 부쩍 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신세이은행의 지분참여 문제의 경우 아직 확정된 것은 없습니다. 그렇지만 현재 협상 파트너는 신세인은행밖에 없고 협상이 성공적일 경우 10월말까지 마무리 지을 수 있을 겁니다. 칭다오은행 인수는 가격협상까지 끝나 거의 마무리단계에 와 있습니다. 오는 10월 말까지는 인수를 마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난 외환은행 매각협상에서도 하나은행이 추가 합병가능성설이 나도는 등 시장에서는 하나은행의 추가합병가능성이 계속 끊이질 않는데…. ▲지난해 서울은행과의 합병으로 지점수가 580여개로 늘어나 충분한 네트워크를 갖췄습니다. 지금으로서는 덩치키우기 보다는 내실을 다지는 게 더 중요합니다. 하나은행은 이제 질적인 부분을 한 단계 높이는 데 최선을 다할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 리스크관리, 신용분석을 비롯한 기존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추가합병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적절한 파트너가 나타난다면 합병을 회피하지는 않겠습니다. 적극적으로 파트너를 찾아다니지 않는다는 이야기지, 오는 기회조차 피하겠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SK글로벌 사태가 마무리단계에 접어들었습니다. 시장에서는 국내외 채권단에 대한 동등대우, SK그룹의 양보를 이끌어내는 등 성공적인 협상으로 이번 SK글로벌사태 처리를 상당히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국내외 채권단에 대한 동등대우를 했다는 점에서 구조조정의 새로운 원칙을 만들었다고 좋게 평가해줍니다. 고마운 일입니다. 그러나 저는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 냈다`는 말보다는 `원칙으로 돌아갔다`는 표현이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모든 은행들이 공공성을 띤 하나의 기업으로서 기본에 충실한 의사결정을 해야만 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해외 채권단들도 국제적인 기준과 관행에 부합하는 원칙을 거스르는 행동을 하기는 어려웠을 것입니다. 저희 하나은행이 앞장서고 모든 국내 금융기관들이 함께 만들어낸 작품이라고 봐주시기 바랍니다. -SK글로벌 사태와 연결돼 생각되는 것이 바로 최태원 회장의 경영권 유지 문제입니다. 현재 채권은행들은 담보로 잡은 최 회장의 지분을 매각하지 않고 있어 시장에서는 최 회장의 경영권을 유지시켜 줄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최 회장의 경영복귀에 대해서는 국가경제에 큰 피해를 끼친 만큼 복귀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습니다. ▲채권단의 입장에서는 주주와 고객에게 가장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의사결정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경제정의 실현도 중요한 문제기는 하지만 현 단계에서 최태원 회장의 경영권 상실이 채권단과 SK그룹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해, 관련주식의 매각을 유보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SK그룹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강력한 구심점이 있어야 한다는 것도 채권단의 생각입니다. 그러나 경제논리를 떠나 최 회장 문제는 현행법을 위반한 문제이기 때문에 사법당국의 최종 판단에 따르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금융산업의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은행업의 전망은 어떻게 보십니까. ▲소위 말하는 하나, 국민, 우리, 신한 등 빅4 체계가 금년중에는 내부 정비를 완료하고 본격적인 경쟁에 들어설 것으로 보입니다. 치열한 경쟁에서 중소형 은행들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고 생존을 위한 추가 합병이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것처럼 대부분의 합병은행이 지주회사 형태로 이뤄지고, 이제부터의 경쟁은 은행 대 은행의 경쟁이 아니라 각 금융네트워크간의 경쟁양상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 최근 앞다퉈 국내 금융시장에 출사표를 던지고 있는 외국계 은행의 진출확대도 큰 변수가 될 수 있습니다. ■ 발자취 “30대 임원을 아무나 합니까” 하나은행 한 임원의 말이다. 김승유 행장은 지난 80년 37세의 나이로 한국투자금융 부사장 자리에 오른 후 지금까지 23년동안 직책이 바뀌긴 했지만 임원으로 일하고 있다. 23년 동안이나 해올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주변사람들은 하나같이 그의 빠른 판단력과 과감한 추진력이 지금의 김 행장을 만들었다고 말한다. 류시열 전 은행연합회장은 김 행장에 대해 “문제의 핵심을 정확히 파악하고 정리하는 능력이 뛰어나다”며 “일단 결정하고 나면 흔들림없이 밀어부치는 성격”이라고 평한다. 그리고 그의 이 같은 경영방식은 보람은행과 충청은행, 최근의 서울은행 합병에 이르는 하나은행의 은행 합병역사에서 반영됐다. 류 전 회장은 “국내의 여러 은행합병사례 중에서도 하나은행과 보람은행의 합병만큼 성공적인 조직통합은 드물었다”며 “김 행장의 과감한 추진력이 일궈낸 성과”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 행장에게도 시련은 있었다. 지난 99년 대우그룹 사태와 올해 터진 SK글로벌 사태가 바로 그것. 그러나 그는 그때마다 원칙에 따른 정면돌파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왔다. 대우그룹 위기시에는 정부와 금융계의 눈총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대출심사와 회계처리를 더욱 강화해 결국 직접 여신 외에는 큰 피해를 입지 않았다. 또 이번 SK글로벌 사태에도 해외채권단 동등대우원칙을 끝까지 고수해 끝내 80%이상의 해외채권단의 동의를 얻어냈다. 원칙에 따라 밀어붙이는 그의 성격 때문에 하나은행은 정치적 외풍에서 가장 자유로운 은행이라는 평가도 받고 있다. 황인산 전 하나은행 노조위원장은 “김 행장은 외압에 대해서는 철저히 배격했다”며 “그의 이 같은 노력이 하나은행을 우량은행으로 지켜낼 수 있는 토대가 됐다”고 말했다 ◇김승유 행장 약력 ▲43년 서울 출생 ▲61년 경기고 졸업 ▲65년 고려대 경영학과 졸업 ▲71년 미국 남가주대 MBA ▲65년 한일은행 입행 ▲76년7월 한국투자금융 증권부장 ▲82년6월 〃 전무 ▲91년7월 하나은행 전무 ▲97년2월~현재 하나은행장 ■ 관상 중시하는 김행장 “내면의 아름다움은 얼굴로 표현될 수 밖에 없습니다” 김승유 행장은 `관상(觀象)`을 믿는다고 말한다. 사람의 맑은 마음과 곧은 심성이 얼굴을 통해 표현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김 행장은 “한 눈 팔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길만 걸어온 사람들은 그 풍기는 분위기와 얼굴이 보통 사람과 다르다”며 “맑은 눈과 평안한 얼굴을 가진 사람은 보는 사람도 즐겁게 한다”고 말한다. 김 행장이 겪은 일화 한 토막. 김 행장은 수년 전 3명의 저명인사와 대담을 했다. 이후 그 장소에서 나눈 대화가 언론을 통해 알려졌고 이것이 약간의 문제를 일으켰다. 이때 정치적 야심을 가지고 있던 한 사람은 “국민들이 어떻게 나를 보겠느냐”며 자신을 걱정했고, 다른 한 사람은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볼 지 궁금하다”며 세간의 평가에 매달렸다. 그러나 학자의 길만을 걸어온 마지막 한 사람은 “학생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 겁난다”며 스승으로서 자기자신을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두 사람이 세류에 영합하며 굴곡을 겪은 것과는 달리 그 교수는 정치권 등의 유혹을 물리치고 학자로서의 길을 갔다. 김 행장은 내면의 깊이를 나타내는 평안한 얼굴을 가진 사람으로 정운찬 서울대 총장과 박원순 변호사(아름다운 가게 상임이사)를 꼽는다. 시류에 흔들리지 않고 한 길을 걸어온 모습이 그들의 얼굴에 나타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사람을 쓰는데 있어서도 관상을 중시한다. 특히 돈을 다루는 은행원에게 있어 성실하고 정직한 마음은 필수다. 따라서 평화롭고 안정된 인상을 가진 신입사원을 뽑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김 행장은 신입사원 채용시 면접관으로 참석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하나은행의 한 관계자는 “김 행장은 신입사원 채용시 면접자의 자기소개서의 세부사항까지 하나하나 질문하기로 유명하다”며 “면접 당시 얼굴을 찬찬히 뜯어봐 상당히 무안했던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김 행장은 “40대 이후에는 자기의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링컨의 말에 공감한다”며 “스스로도 얼굴에 책임을 질 수 있도록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리=조의준기자 joyjun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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