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제 금융계는 지난 2000년 초부터 2003년 말까지 지속돼 온 세계적 저금리시대가 막을 내릴 것인지 여부에 관심을 모으고 있다.
호주가 지난해 11월 4일, 12월 3일 등 두 차례에 걸쳐 기준(정책) 금리를 0.25%포인트씩 인상하고, 영국도 11월 5일 0.25%포인트의 금리인상을 단행하면서 한 때 세계적인 저금리시대의 막이 내리는 것 아니냐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그러나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 유럽중앙은행(ECB)이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세계 각국의 동반 금리인상은 주춤해진 상태다.
올해 세계 각국의 금리 동향을 보는 시각에는 상당한 편차가 있다. 우선 일부 경제 전문가들은 세계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고, 주요 국의 기준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에서 저금리시대는 조만간 막을 내릴 것이라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실제 미국의 현행 기준금리(1.0%)는 지난 1945년 이후 최저 수준이며, 유럽연합(EU)의 기준금리(2.0%) 역시 EU 출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또한 영국은 지난해 2차례의 금리인상에도 불구하고 2001년 1월의 6.0%보다 2.25%포인트 낮은 3.75%의 금리를 유지하고 있으며, 일본ㆍ한국ㆍ타이완 등도 사상 최저의 금리 수준이다. 미국의 경우 특히 지난해 3ㆍ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8.2%에 달하는 등 경제가 예상 밖의 호조세를 보이고 있어 일부 전문가들은 올 상반기 금리인상을 예측하고 있다
반면 주요국들이 당분간 기존 금리를 유지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는 경제 전문가도 적지 않다. 만일 경제 회복이 확실하게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금리를 인상할 경우 그 동안 세계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해 왔던 소비가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그 같은 분석의 토대가 되고 있다. 미국의 금리인상시기를 2005년 초로 보는 애널리스트들은 경제가 건실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고용 증대를 동반한 성장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확신할 수 없음을 주장하고 있다. 또한 대선이 있는 해의 경우 FRB가 확실한 금리인상 요인이 없는 한 좀처럼 금리를 인상하지 않았다는 과거의 경험, 그리고 지난해 11월 핵심 물가 상승률이 44년 만에 처음으로 1% 밑으로 하락, 디스인플레이션 가능성이 내비친 점 등도 금리 유지의 논리적 근거로 제시되고 있다.
이처럼 올해 세계 각국의 금리 동향에 대한 분석이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서도 미 FRB의 금리인상 여부가 세계 금리 흐름의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는 경제 전문가들의 견해가 일치한다. 세계 경제의 엔진 역할을 하는 미국이 금리 결정에 있어서도 사실상 주도적인 입장이기 때문이다.
<정구영기자 gychung@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