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공공요금의 원가구조를 따져보기로 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공기업은 그동안 요금을 인상할 때마다 원가에 미치지 못한다는 이유를 내세웠다. 틀린 말은 아니다. 역대 정부마다 공공요금을 가장 만만한 물가정책 수단으로 활용한 건 주지의 사실이다. 물가가 오른다는 국민 불만이 쏟아져 나오기만 하면 체감도 높은 공공요금부터 동결해왔다. 하지만 국민들이 원가를 밑돈다는 공기업의 볼멘소리에 적잖이 의구심을 품고 있는 것 또한 엄연한 현실이다. 전기요금을 인상할 때마다 요금의 원가회수율을 두고 이런저런 뒷말이 많았다. 원가구조는 민간기업에는 영업비밀에 속하지만 국민 혈세로 운영되는 공기업이라면 사정이 다르다. 그런데도 공기업들이 속 시원하게 원가를 공개해왔다고 보기는 어렵다.
물론 공공요금의 원가구조를 뜯어보기란 말처럼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원가를 구성한 비용 기준을 두고 논란이 있을 수 있고 환율이나 원료가격의 변동성도 감안해야 하는 지난한 과제다. 해당 공기업은 물론 정부 일각에서조차 괜한 일이라며 시큰둥한 반응이 나오는 모양이다. 그럼에도 이번 검증은 공공요금 책정기준을 둘러싸고 야기된 사회적 논란을 불식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공공기관의 투명성과 신뢰성 확보에도 기여할 것이다.
다만 원가검증이 공공요금 인상의 정당성을 부여하는 요식절차가 돼서는 안 된다. 정부의 원가검증이 그러자고 하는 것은 아니라고 믿는다. 기회 있을 때마다 지적했지만 철밥통을 깨겠다면서 요금을 인상한다면 개혁의 진정성마저 오해를 받을 수 있다. 인상요인이 있다면 단계적으로 조정해야 마땅하지만 적어도 납득할 만한 공기업의 자구노력 결과가 나올 때까지 인상은 꿈도 꾸지 말아야 한다. 그게 국민에 대한 도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