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8월 9일] 정약용과 R&D 혁신

민생(民生)의 먹고사는 문제에 관한 다산(茶山) 정약용 선생의 노력은 한마디로 '역사적 표상'이다. 백성을 위해 생산 양식의 변화를 주창하고 제도 개혁과 기술 혁신을 강조한 그는 저서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에서 '마음은 항상 만민(萬民)을 윤택하게 하고 만물(萬物)을 육성하는데 둬야 한다(心常在 澤萬民育萬物)'고 전했다. 다산의 백성을 위한 마음과 과학에 대한 애착을 엿볼 수 있는 구절이다.

실사구시 정신으로 과학혁신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수원 화성(華城)'은 다산의 과학이 낳은 위대한 성과물이다. 화성은 조선 정조가 아버지인 사도세자의 능을 화산으로 이전하면서 축조한 것으로 철저한 계획 아래 거중기(擧重機), 활차(滑車), 녹로(轆轤) 등 신기재를 사용해 매우 과학적이고 치밀하게 지어졌다. 또한 군사적ㆍ상업적 기능이 포함돼 매우 실용적이며 웅장한 아름다움까지 더해져 근대 동양 성곽건축의 백미로 손꼽힌다. 화성 축조를 위해 당대 최고이자 최신의 과학기술 성과가 총집결됐고 그 중에서도 정약용의 혁신적 발명품인 거중기는 예상했던 10년 공기(工期)를 3년으로 획기적으로 감축한 견인차 역할을 하였다.

화성의 견고한 아름다움 속에 깃든 선조 과학자들의 과학기술 혁신을 위한 땀과 고뇌의 숨결에 귀 기울이다 보면 200여년이 흐른 오늘날에도 그들의 열정에 깊은 감명을 받게 된다. 국가적 차원의 대규모 연구지원 사업을 관장하는 사람으로 민생을 구하고 부국(富國)을 추구하던 선배 과학자들을 거울삼아 실사구시 (實事求是) 정신으로 끊임없이 혁신해야 함을 절감한다.

현재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질 국가적 차원의 연구지원사업은 '선택과 집중'이라는 원칙 하에 대표적으로 세 가지 프로그램을 들 수 있다.


올해부터 9년간 2조원을 투자해 세계 일류 기초ㆍ원천기술 강국으로 도약해 미래사회 글로벌 이슈를 해결하고자 추진하는 '글로벌 프론티어 사업', 오는 2020년까지 범국가적으로 육성할 융합기술의 추진 목표와 거시적 방향을 담은 것으로 70개 원천융합기술을 우선 확보하여 세계 5위권 융합기술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NBIC(나노ㆍ바이오ㆍ정보ㆍ인지과학) 국가융합기술 지도', 그리고 정부와 민간이 절반씩 총 1조2,000억원을 투자해 세계가 인정하는 국산 '글로벌 신약'을 개발하기 위한 '범부처 전(全)주기 신약 개발사업'이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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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이러한 국책연구사업의 성공을 위해 정부가 기초ㆍ원천 연구를 중점적으로 지원한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그러나 과학강국 대한민국을 앞당기기 위한 청사진은 정부, 연구지원 기관, 학계, 연구계, 산업계가 부단한 자기혁신을 통해 견고한 기초를 다져나가야만 성공의 과실을 맺을 수 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혁신의 방향을 '연구개발(R&D) 선진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를 위해 창조ㆍ융합형 R&D로 전환하고 글로벌ㆍ개방형 혁신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나섰다. R&D 투자의 질적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도록 기획ㆍ평가ㆍ성과관리 등 전주기에 걸쳐 과감한 쇄신이 필요하다.

한국연구재단 역시 정부 R&D 예산을 보다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집행하고 연구자들이 연구에만 전념할 수 있는 연구 환경 조성을 위해 지속적인 혁신을 도모하고자 한다. 선진국에서는 보편적으로 자리 잡은 연구사업관리전문가(PMㆍProgram Manager) 제도를 통해 창의와 도전이 살아 있는 연구문화를 조성하고 연구지원 관리 체계가 전문성ㆍ공정성ㆍ합리성을 기반으로 균형감을 갖추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있다.

국책사업의 최우선은 국민복리

또한 실패율이 높고 위험성이 커서 지금까지 과감히 시도하지 못했던 '모험연구'를 적극 지원하고 비록 연구 결과는 실패했지만 과정과 태도가 성실했다면 이를 적극 격려하는 '성실실패 용인제도'를 도입하는 등 과학 기술계 전반에 걸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또한 연구지원의 투명성 확보와 연구자들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연구지원 서비스 개선에도 박차를 가할 것이다.

글로벌 지식기반 사회에서 R&D는 대한민국 성장엔진이다. 다산 정약용 선생이 그랬던 것처럼 국책연구사업은 국민의 복리를 최우선으로 하는 발전적 혁신을 거듭 요구하고 있다. 도전과 열정이 꿈틀대는 지식강국 대한민국의 미래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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