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강력부(김희준 부장검사)는 필리핀 국적의 위명 여권을 이용해 국내 외국인 전용 카지노에서 상습도박을 한 혐의(업무방해 등)로 폭력조직 S파 두목 안모씨를 불구속 기소했다고 17일 밝혔다. 안씨의 부탁으로 필리핀 당국으로부터 위명여권을 발급받아 전달한 필리핀 현지 여행사 운영자 김모씨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안씨는 필리핀에 실존하는 R씨의 인적사항을 빌려 필리핀 정부로부터 여권을 발급받았다. 안씨는 이렇게 발급받은 이른바 '위명(僞名)여권'을 이용해 2009년 5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서울, 부산 등지의 외국인 전용카지노에 출입하면서 도박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위명여권은 타인의 명의로 발급을 신청해 외국 정부기관으로부터 정상적으로 발급받은 여권을 말한다. 사진교체, 기재사항 조작, 위조 등의 방식을 이용한 위·변조 여권과는 다르다. 카지노 직원들도 안씨가 필리핀 정부로부터 발급받은 여권을 제시해 감쪽같이 속은 것으로 알려졌다. 안씨는 이렇게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드나들면서 16억 원이라는 거액을 거둬들인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카지노에서 우연히 그를 알아본 사람의 제보로 14개월간 ‘필리핀 시민권자’ 신분으로 벌인 도박 행각도 끝이 났다. 안씨가 두목으로 있는 S파는 칠성파에 버금가는 부산 최대 폭력조직으로, 지난 2001년 개봉해 큰 인기를 끈 영화 '친구'에서 배우 장동건씨가 이 조직의 행동대장 역할을 맡아 열연하기도 했다. 검찰은 안씨가 도박을 통해 벌어들인 돈을 범죄수익금으로 보고 관련법에 따라 전액 추징할 계획이다. 검찰 관계자는 "그 동안 위조 여권으로 외국인 카지노를 드나들다 검거된 사례는 많았으나 외국에서 정상 발급받은 위명여권 소지자가 적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관련 범죄가 계속 진화하는 만큼 단속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재 부산의 폭력조직은 '칠성파'대 '반(反)칠성파'의 대립구도로, 안씨가 소속된 S파는 2006년 세간을 놀라게 했던 '영락공원 집단칼부림' 사건을 주도했던 조직 중 하나다. 당시 영락공원에서는 칠성파 조직원의 장례식이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