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후 온통 우리나라를 떠들썩하게 하는 용어는 창조경제다. 새 대통령이 국가발전을 위한 핵심 국정과제로 창조경제를 채택했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미래창조과학부를 신설했다. 창조경제란 창의성과 상상력을 바탕으로 과학기술이 중심이 되는 창조산업을 육성해 새로운 성장동력과 일자리를 창출하는 경제체제다. 좀 더 단순하게 요약하자면 창조경제의 뿌리는 과학기술이고 그 열매는 신산업이라고 말할 수 있다.
뿌리가 튼튼해야 신산업 결실도 가능
그런데 최근 창조경제 실현을 위한 논의과정에서 논의의 초점이 자꾸 정보통신 중심의 신산업만을 강조하는 쪽으로 흘러가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 미래부를 두고 국회에서 방송과 관련된 사안들에 대해서만 싸우느라 온갖 관심이 그쪽으로 쏠리게 돼 정작 핵심인 과학기술이 소홀히 다뤄지는 우를 범하고 있다. 원래 미래부를 신설하는 목적은 기초과학과 원천기술ㆍ산업기술 등 모든 과학기술 정책을 총괄해 한 차원 도약한 미래사회를 주도하고자 하는 것이었다. 지금이라도 원래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미래부가 과학기술 진흥기능을 우선적으로 추진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아야 할 것이다.
창조경제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이스라엘의 경우를 보더라도 과학기술이 창조경제의 뿌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부족한 자원과 좁은 영토와 주변 국가들과의 갈등에도 불구하고 유능한 인재를 기반으로 하이테크 국가로 발전한 이스라엘은 1948년 건국 이후 4번의 전쟁을 겪으면서도 지난 60년간 50배 이상의 압축성장을 이뤘다. 이스라엘은 과학기술을 중심으로 한 경제체제를 구축하고 있으며 초대 대통령인 에제르 바이츠만도 화학자 출신이고 그의 이름을 따서 1949년에 설립한 연구소도 세계 최고연구소 중의 하나다. 2000년대 들어와서는 4명의 노벨화학상 수상자를 배출하는 등 과학기술 강국으로서의 입지를 구축했다.
눈을 돌려서 미국의 경우를 보자.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세계 최고 검색엔진 업체인 구글은 스탠포드대 대학원생인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이 1998년에 창업했다. 그런데 구글의 뿌리가 된 기술은 미국과학재단(NSF)이 지원한 기초연구의 성과인 '백럽(BackRub)'이라는 검색엔진이었다. 그들은 이 기술을 가지고 창업을 해서 현재 1만9,000명 이상의 직원과 200조원 이상의 시장가치를 가진 세계 최고회사로 키웠다. 현재 미국에서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기업들은 대부분 500명 미만인 벤처기업들이며 이러한 기업들은 대학의 기초연구로부터 얻어진 기술을 바탕으로 창업되는 경우가 많다.
과학기술 진흥에 중점 두는 정책 펴야
이에 비해 우리나라에서 연구개발은 1960년대 후반에 시작됐으며 특히 기초연구는 1970년대 후반에야 시작돼 선진국들에 비해서 역사와 뿌리가 취약하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 과학기술 분야에서 노벨상 수상자가 배출되지 않는 것도 이러한 연유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다. 다행인 것은 박근혜 정부의 과학기술 진흥에 대한 의지가 높아서 기초연구를 포함한 연구개발(R&D) 예산이 매년 증가하고 있고 특히 이번에 미래부가 신설돼 더욱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한다. 용비어천가의 시구인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아니하므로 꽃을 찬란하게 피우고 많은 열매를 맺나니'처럼 우리나라에서도 과학기술의 뿌리가 튼튼히 다져져서 활발한 창조산업이 꽃피워지는 날이 오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