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파이낸싱은 일반인에게는 아직도 생소한 단어이지만 다른 금융용어들이 그렇듯이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 어느덧 우리 주변에 가까이 와 있다. 요즈음 신문의 상가분양광고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대형상가의 경우는 예외없이 프로젝트 파이낸싱으로 건설한다고 쓰고 있다. 프로젝트 파이낸싱이란 미래의 현금흐름을 담보로 대출하는 특정한 금융기법을 말한다.
전통적인 기업금융은 물적담보나 기업의 재무상태를 살펴 현재의 상환능력을 기준으로 대출하는 반면 프로젝트 파이낸싱은 이 보다는 특정사업에서 장래에 발생되는 현금흐름을 담보로 대출을 제공한다. 이런 특성 때문에 프로젝트 파이낸싱은 대규모 자금이 드는 신규사업에 적합하며 기존의 기업금융방식으로는 불가능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하는 가치창조적 기능을 가지고 있다. 프로젝트 파이낸싱에서는 일반 기업금융과 달리 금융계약 외에 프로젝트와 관련된 당사자들과 다양한 계약을 체결함으로써 프로젝트에 수반된 각종 위험을 제3자에게 분산시키거나 감소시켜 결과적으로 프로젝트의 불확실성을 미리 제거하고 미래의 현금흐름을 확실하게 하여 이로부터 향후 대출금을 회수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어떻게 위험을 분산하고 완화해 가치를 창조하느냐가 프로젝트 파이낸싱의 요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이 프로젝트 파이낸싱이 최신의 새로운 금융방식은 아니다. 거슬러 올라가면 13세기에 영국의 은광개발에서 이미 이용되기 시작했다. 현대에 들어서는 수에즈운하, 알래스카 가스관사업 등에 활용되었다. 지금도 외국에서는 유전, 광산 등 자원개발이나 도로, 발전소 등 사회간접자본시설과 같은 대규모 자본이 드는 사업에 많이 활용되고 있다.
우리나라에 프로젝트 파이낸싱이 도입된 것은 1994년 `사회간접자본시설에 대한 민간자본유치촉진법`이 시행되면서부터다. 이 법의 시행으로 SOC에 대하여는 프로젝트가 실패하거나 미래에 발생되는 현금흐름이 예상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에 발생하는 위험을 정부가 일부 부담함으로써 민간금융기관이 적극적으로 프로젝트 파이낸싱에 진입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1995년 신공항고속도로 건설 때부터 시작된 프로젝트 파이낸싱은 민자유치를 통한 우리나라의 SOC개발의 원동력이 됐다. 현재 진행중인 민자SOC사업은 100% 프로젝트 파이낸싱으로 추진되고 있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SOC개발의 확대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국토개발원에 따르면 정부는 2002년부터 2011년까지 10년간 총 199조원 규모의 SOC투자를 계획 추진중에 있으며 금년 상반기에만도 13조6,000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SOC사업 외에도 최근에는 아파트개발, 아파트형공장 등에도 제한적이나마 프로젝트 파이낸싱이 활용되고 있으며 로데오식 복합상가개발, 민자역사건설 등 전통적인 기업금융방식으로는 자금조달이 어려운 대규모 부동산개발사업에도 프로젝트금융의 접목이 시도되고 있다.
또한 IMF금융위기 이후 당시 부실기업들의 정리과정에서도 프로젝트 파이낸싱이 활용됐다. 만도기계의 냉방기부문, 해태제과의 제과부문, 삼익악기의 피아노부문, 현대상선의 자동차전용선부문 등이 그 사례다. 기업에서 수익성이 우수한 사업부문만을 별도로 분리하여 제3자에게 매각하는 것인데, 이를 매입하는 측에서는 이 사업을 신규 프로젝트로 간주하여 프로젝트 파이낸싱방식으로 신설회사를 설립하고 LBO(Leverage Buy Out)금융을 활용하여 사업을 인수하고 있다. 이같이 프로젝트 파이낸싱은 여러분야에서 활용되고 시장의 규모 또한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프로젝트 파이낸싱은 아직도 정부의 보장에 의존하거나 담보 또는 사업주의 채무보증을 요구하는 초기성장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이는 신용대출제도의 미정착, 담보위주의 금융관행과 같은 제약요건과 금융노하우의 미축적 및 미진한 제도적 장치 등으로 아직 프로젝트 파이낸스의 가치창조 기능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커다란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발전시켜 나가기 위하여는 기존의 정부지원에서 벗어나 민간차원의 진정한 가치창조를 이루어 내야 할 것이며, 이를 위하여는 금융기관과 기업 모두가 `위험의 분산`과 `위험의 완화`를 이루는 금융인프라를 구축하도록 각종 기법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이를 노하우로 축적해 나가야 할 것이다.
<김영진(기업은행 자본시장본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