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M의 4대 사무용품 가운데 전세계적으로 사무실 문화에 엄청난 영향을 끼치고 있는 '포스트잇(Post- it)'은 바로 실패한 연구의 산물이다.
한 연구원이 개발한 접착제가 떼면 떨어지는 실패로 나타나자 이를 동료 연구원이 활용해 포스트잇을 만들어냈다.
3M은 이처럼 구성원들이 실패 속에서 성공의 가능성을 찾아내고 그런 문화를 언제나 실감하고 사는 탓에 그렇게 많은 신제품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지난 99년 9월 일본 이바라키현의 한 우라늄 처리회사에서 방사능 누출사고가 일어났다. 2차 세계대전 원폭투하 이래 발생한 최대의 방사능 사고로 일본 전체가 발칵 뒤집혔다.
이 사고를 계기로 과학기술청 장관의 자문기관인 '21세기 과학기술 간담회'가 설치됐고 여기에서 실패학(失敗學)에 대한 보고서가 발표됐다. 그 이후 일본에서는 과학기술 관련 실패와 사고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사회적인 공감대가 확산된 것이다.
우리는 흔히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로 실패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실패를 딛고 일어나야 할 필요성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누구나 실패를 부정적인 것으로 인식하고 축소하며, 감추고 싶어하는 본능이 숨어 있다.
이에 따라 실패에 대한 정보는 단순화되고 그 원인은 왜곡된다. 또 실패에 대한 단어조차 듣기 싫어 하며 실패를 보고하는 용기 있는 사람들을 찾기가 어려운 것이 오히려 일반적인 현상이다.
조직이 성공을 실현하기 위해 도입하는 경영기법에는 크게 두가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그 분야 최고의 기업을 벤치마킹해 성공적인 경영기법을 배우는 방법이며 다른 하나는 기업 내부에서 발생한 실패로부터 새로운 창조적 아이디어와 지식을 얻음으로써 성공을 실현하려는 실패학의 도입이다.
고객불만의 효과적인 관리를 통해 기업의 서비스를 개선해나가는 경영방식이 실패의 창조적으로 수용하는 단적인 사례가 아닐까 한다.
즉 실패를 감춰야 할 대상이 아닌 학습 대상으로 인식하려는 노력을 통해 실패를 지배하는 조직으로 탈바꿈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최근 많은 변화의 가운데에서 새로운 경영기법을 끊임없이 도입하며 혁신을 전개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런 변화 과정에서 문제나 실패를 찾아내고 그것을 토대로 개선하는 노력은 소홀히 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한다.
이제 실패를 인정하고 그에 대한 정확한 보고가 이뤄지는 열린 기업문화가 정착돼 우리나라에서도 3M과 같은 세계적인 기업이 탄생하기를 기대해본다.
/홍석주<조흥은행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