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7개월여 만에 장중 2,060선을 넘어서면서 지난 4년간 갇혔던 장기 박스권을 탈출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특히 지금 국내 증시를 둘러싼 대내외 환경은 박스권 돌파를 시도했다가 실패로 돌아갔던 지난해 7~9월에 비해 긍정적 요인이 더 많다는 게 시장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삼성전자(005930)로 대표되는 국내 기업들의 실적개선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는 가운데 사상 첫 1%대 금리 효과로 유동성 장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그 근거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일 대비 0.60%(12.23포인트) 오른 2,059.26에 장을 마감하며 연중 최고점을 또다시 경신했다. 코스피지수가 종가 기준 2,050선을 넘은 것은 지난해 9월19일(2,053.82) 이후 약 7개월 만에 처음이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오후 들어 장중 한때 2,060.19까지 오르며 2,060선을 돌파하기도 했다.
이날 외국인(946억원)과 기관(601억원)은 모처럼 동반 순매수에 나서며 지수를 끌어올렸다. 업종별로는 국제유가가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소식에 S-OIL(8.87%), SK이노베이션(096770)(7.84%), 롯데케미칼(011170)(5.50%), LG화학(051910)(5.46%) 등 시가총액 상위종목의 정유·화학주들이 큰 폭으로 뛰어올랐다.
코스피지수가 5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며 2,050선까지 넘어서자 장기 박스권 돌파를 전망하는 목소리도 점차 커지고 있다. 김진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호전된 대내외 변수를 고려하면 코스피는 2012년 이후 갇혀있는 장기 박스권(1,800~2,050) 돌파를 시도해 볼 수 있는 시점"이라며 "특히 박스권 돌파를 예상했던 지난해는 삼성전자의 3·4분기 실적부진으로 실패했지만 올해는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기업들의 실적개선 기대감으로 2,050선 안착은 물론 추가 상승에도 무게가 실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지금의 증시 여건이 박스권 돌파에 실패했던 지난해와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고 말한다. 류용석 현대증권 시장전략팀장은 "지난해 7월 상승장을 이끌었던 '초이노믹스'의 배당확대 정책이 일부 대기업들에만 효과가 있었다면 이제는 화폐 가치를 떨어뜨려 투자와 소비를 유도해 증시로 자금을 유인하는 통화 정책으로 전체 기업과 증시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형렬 교보증권 투자전략팀장도 "지난해 7~9월 주가가 많이 오를 당시에도 여전히 주식보다는 기대수익률이 높은 채권이 더 매력적이었지만 기준금리가 1%대로 떨어지면서 투자자 입장에서는 채권 비중을 늘리기도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며 "그에 비해 아직도 저평가된 주식은 투자 메리트가 높다"고 강조했다. 이를 반영해 교보증권은 최근 올해 코스피 예상 밴드를 기존 1,750~2,150에서 1,900~2,250포인트로 상향 조정했다.
한국 증시를 바라보는 외국인들의 시각이 바뀌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다.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은 "올 1월까지만 해도 '비중 축소' 의견을 내던 외국계 IB들이 최근 들어 '중립'에서 다시 '비중 확대'로 투자 의견을 상향하고 있다"며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완화 이후 과거 한국 증시를 팔기만 하던 유럽계 자금이 되돌아온 것도 희망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