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뉴스 포커스] 수출·내수 동시불황에 탈진… 저성장 탈출구가 안 보인다

메르스 충격만으론 설명 안되는 2분기 0.3% 성장

가계 빚에 정치리더십 실종

美금리인상 등 대외 악재도

"힘들지만 구조개혁 나서야"


"완전히 탈진 상태입니다. 한번 쓰러지면 다시 일어서기 어려울지 모릅니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쇼크가 강타한 2·4분기 성장률이 당초 예상보다 낮은 0.3%로 재차 추락한 것으로 나타난 23일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생산과 소비·투자 모두 부진하고 수출도 안 된다. 어디 하나 성한 데가 없다. 단단히 망가진 상태"라고 평가했다. 2·4분기 성적표는 세월호 참사로 경제심리가 극도로 위축됐던 지난해 같은 기간의 0.5%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벌써 5분기째 0%대 저성장이다. 재정절벽으로 0.3% 성장에 그쳤던 지난해 4·4분기를 제외하면 지난 2009년 첫 분기(0.1%) 이후 최악이기도 하다. 경제 전문가들은 메르스 사태와 가뭄 등 일시적 악재로는 0.3% 성장을 설명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성장률 쇼크를 넘어 이대로 가면 정상적인 성장경로를 완전히 이탈해 되돌아올 수 없을 것이라는 진단까지 나온다. 한마디로 저성장의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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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이 지경이 됐을까. 눈에 보이는 악재는 분명하다. 수출·내수 동반침체와 기업실적 악화에 부실확산까지 겹쳤다. 중장기적 시선으로 보면 1,1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가 소비를 제약하고 있다. 대외환경도 불리하다. 엔저 공습이 이미 진행되고 있다. 올 들어 6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한 데 이어 이달 20일까지도 뒷걸음질쳤다. 해외 악재는 더 많이 도사리고 있다. 미국이 금리 인상을 앞두고 있고 중국 경제의 경착륙 우려로 수출전선에는 짙은 안개가 걷히지 않고 있다.

문제는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위기다. 겹겹이 쌓인 악재에다 지지부진한 4대 구조개혁, 실종된 정치 리더십 등으로 다시 일어설 기운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잠재성장률 추락은 현재진행형이다. 이미 잠재성장률마저 2%대로 추락했다는 진단이 최근 급격히 대두되고 있다. 김창배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냄비 속의 개구리처럼 물이 뜨거워지고 있는데도 경제주체들이 이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며 "이대로 가면 잠재성장률이 3%를 밑도는 저성장 기조가 고착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위기에서 벗어나는 길은 단기적인 경기부양책과 중장기적인 구조개혁을 병행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고통스럽고 듣기 싫더라도 (이 상태로는 저성장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불편한 진실을 직시하고 구조개혁에 매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정곤


김정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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