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중국 그림자금융 규제 고삐 더 죈다

WMP 판매 전 신고 의무화<br>은행 자금 유입 더 줄어들 듯<br>헤지펀드 은행주 하락에 배팅

중국 금융당국이 그림자금융 규제에 가속을 붙이고 있다.

지난 6월과 같은 단기금융시장 혼란이 하반기에도 이어질 경우 금융 시스템 전체가 붕괴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14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중국 은행감독국은 그림자금융의 핵심 상품인 자산관리상품(WMP)을 은행들이 고객에게 판매하기 10일 전 감독당국에 신고하도록 했다. 단기금융시장의 혼란을 이용한 고수익상품 판매를 사전에 관리 감독하겠다는 것이다.

중국 금융당국은 WMP가 그림자금융을 부추긴다고 판단하고 계속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있다. 3월에도 WMP의 ▦포트폴리오 구성비율 관리 ▦투자상품 관리 ▦은행 보증 및 환매 약속 금지 ▦자금 사용자의 최종 목적 명기 및 회계감사 실시 등의 규제를 발표했다.

규제 이후 WMP의 잔액 증가가 정체되기는 했지만 6월 일시적으로 자금 만기가 몰리며 은행 간 미스매칭으로 단기 신용경색이 발생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새로운 규제가 WMP의 투명성을 높이겠지만 일부 지방은행의 경우 신규 상품판매가 줄어들며 은행의 효율성이 떨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그림자금융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며 WMP 등으로 고수익을 노렸던 은행 예금유입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중국 21세기경제보에 따르면 7월 첫주 공상은행ㆍ농업은행ㆍ중국은행ㆍ건설은행 등 중국 4대 은행의 예금유입액은 전주보다 무려 7,200억위안 감소했다. 신문은 지난달 마지막주 2조위안이 유입됐던 예금이 일주일 만에 30% 감소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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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헤지펀드들은 중국의 그림자금융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면서 조만간 붕괴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하고 이에 따른 헤지 전략에 나서고 있다. 중국 금융당국은 그림자금융 규모가 8조2,000억위안(약 1,500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지만 민간 전문가들의 추정치는 이를 훨씬 웃돈다. 도이체방크의 경우 국내총생산(GDP)의 40% 수준인 21조위안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 헤지펀드는 중국 그림자금융이 글로벌 금융위기를 촉발했던 2007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당시와 비슷하다는 점에 주목하며 투자전략을 세우고 있다. 지난 6개월간 중국 금융당국이 규제해온 WMP의 실체 조사에 나선 홍콩 소재 헤지펀드 아가일스트리트매니지먼트는 그림자금융과 연관된 중국 중소은행들의 자금상황이 조만간 악화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홍콩증시에 상장된 이들 은행주에 쇼트(매도) 포지션을 취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했다.

서브프라임 사태가 터지기 전에 일부 헤지펀드가 취했던 전략을 따라 한 것이다. 킨 챈 아가일 설립자는 "WMP는 중국판 '부채담보부증권(CDO)'이라고 할 수 있다"며 "만일 이들 상품이 잘못된다면 사회안정을 이유로 중국 정부는 은행들에 고객 배상을 하도록 할 것이고 이렇게 되면 은행은 부실을 떠안고 자폭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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