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애물단지」로 전락해 골치를 였던 아남반도체가 워크아웃을 통해 주채권은행인 조흥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에 「효자」가 돼서 돌아왔다.워크아웃 종료 초읽기에 들어간 아남반도체는 이달 초 약 13억달러 규모의 외자를 유치, 채권단에 대출금 상환 용도로 분배한 데 이어 최근 증시침체 속에서도 주가가 강세를 보여 출자전환을 했던 채권단을 즐겁게 하고 있다.
아남반도체의 17일 주가는 1만4,000원 수준. 지난해와 올해 각각 5,000원 및 8,000원에 출자전환했던 채권은행들은 무려 1조원 이상의 평가이익을 올리고 있는 셈이다. 특히 주채권은행인 조흥은행은 지금까지 총 1,540만주를 출자해 최소 1,200억원대에 달하는 평가익을 거두고 있다.
게다가 최근 들어서는 모토롤러 등 미국의 몇몇 전자업체들이 에이전트를 통해 아남반도체 주식을 주당 3만~4만원 수준에서 매입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와 거래가 성사될 경우 4,000억원에 육박하는 주식매각 차익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전자업체들의 지분매입 타진은 아남반도체가 공급하는 비메모리 웨이퍼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남반도체는 최근 반도체사업 진출을 추진하고 있는 동부그룹으로부터도 웨이퍼 팹사업 인수를 제의받았으나 채권단으로부터 거절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흥은행은 만일 지난해 액면가로 출자전환했던 주식 840만주를 3만5,000원 수준에서만 팔아도 총 2,400억원 안팎의 수익을 올릴 수 있어 경영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조흥은행 관계자는 『가격조건만 맞으면 물량을 어느 정도 처분할 의사가 충분히 있다』며 『워크아웃 모법사례라는 평가를 받고 있고 채권단도 그에 따른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 만큼 언제든지 협상에 응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진우기자RAIN@SED.CO.KR
입력시간 2000/05/18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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