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해외전문가에 듣는다] <4> 류루이 中 인민대학 경제학원 부원장

■ 창간기획<br>"美 3차 양적완화땐 세계경제 암운… G20서 반대 목소리 내야"



美 자국 이익만 좇는 것은 무책임… 주요 무역 상대국 큰 반발 부를것
유럽 재정파탄 근본적 방지위해 예산 제어 시스템 구축 필요
中 강한 긴축으로 실물경제 위협… 하반기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 낮아
"미국이 만약 경기진작을 위해 3차 양적완화를 시행한다면 세계경제에 암운이 드리워질 것입니다. 아시아 국가 등 세계 각국은 미국에 3차 양적완화 정책을 도입하지 못하도록 강력히 촉구해야 합니다." 류루이(劉瑞ㆍ51ㆍ사진) 인민대 경제학원 부원장은 최근 미국이 급격한 경기위축에 시달리면서 추가 부양카드가 논의되는 것과 관련해 "미국은 경기전망이 불투명해짐에 따라 경기진작을 위해 3차 양적완화를 실시할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미국이 글로벌 경기여건을 고려하지 않고 자국의 이익만 좇아 양적완화 정책을 실시한다면 주요 무역 상대국의 큰 반발을 초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류 부원장은 또 "중국경제도 최근 당국의 지나친 긴축정책에 영향을 받아 중소기업 줄도산 사태를 빚는 등 실물경제가 위협받는 단계에 이르렀다"고 우려한 뒤 "통화당국이 하반기에 추가 금리인상을 단행한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다. 그는 현재의 중국이 30여년 전 개혁ㆍ개방의 1차 전환기에 이어 현대화 성장방식으로 탈바꿈하는 2차 전환기에 진입함으로써 경제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하는 과제를 떠안고 있다고 진단했다. -재정위기에 몰린 미국이 우여곡절 끝에 부채감축에 합의하는 등 일단 큰 고비를 넘겼습니다. 하지만 제조업 경기가 크게 둔화되고 높은 실업률을 유지하면서 부진한 경기를 살리기 위해 추가 부양정책이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현재 미국은 실물경제가 다소 회복됐지만 높은 실업률, 부동산시장 침체로 경기전망이 극히 불투명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경기진작을 위해 3차 양적완화를 실시할 가능성 높다고 보입니다. 하지만 주요국들이 유동성 과잉에 맞서 금리인상 등 긴축정책을 실시하는 마당에 미국만 자국의 경기회복을 위해 양적완화 정책을 실시하는 것은 무책임한 행위라고 봐야 합니다. 미국이 글로벌 차원의 경기회복을 고려하지 않고 3차 양적완화를 실시한다면 주요 무역 상대국들의 거센 반발을 초래하고 이는 세계경제에도 악재로 작용할 것입니다. 오는 10월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될 주요20개국(G20) 회의에서 한중일을 포함한 주요 국가들이 미국에 3차 양적완화 정책을 시행하지 말 것을 강력히 촉구해야 합니다. -유럽도 그리스 등 일부 국가의 재정위기로 홍역을 치르고 있습니다. 미국경제가 유럽보다 오히려 심각하다고 봐야 합니까. ▦미국과 유럽 경제권의 어려운 처지는 크게 보면 오십보백보입니다. 하지만 양자의 경제 문제는 성격이 다릅니다. 미국 문제의 근원은 실물경제 쇠락, 특히 기존 경제의 기둥이었던 금융업이 타격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이와 달리 유럽은 경제통합을 이뤘지만 산만한 경제체제로 구성돼 있다는 근원적인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유럽 내 선진국들이 나서 낙후국을 구제해야 하는데 선진국의 재력이 이미 한계에 직면해 있습니다. 유럽 문제는 앞으로 각 정부의 재정지출과 예산을 제어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 근본적으로 개별 국가의 재정파탄을 구조적으로 막아야 해결할 수 있습니다. 유럽연합(EU)이 설립될 때부터 유럽중앙은행(ECB)만 설치했을 뿐 각국의 재정을 통제할 수 있는 유럽 재정부 같은 것을 강제하지 않은 게 문제의 씨앗입니다. 각국의 재정을 유럽연합회의에서 토론해 전체 EU 회원국의 인가를 받는 등의 방식도 동원 가능하다고 봅니다. -중국경제는 어떻습니까. 인플레이션에 대한 걱정이 많은데 하반기에 물가 급등세가 진정될 수 있겠습니까. ▦현재 중국의 물가 상승세는 유동성 과잉이나 수요가 견인하는 단순한 기제가 아니라 노동비용 상승 등 제반 경제여건 변화로 촉발된 중국 역사상 가장 복잡한 인플레이션입니다. 비용인상 요소는 장기적인 과제로 올해 안에 당장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한국이나 일본도 경제 급성장 이후 토지ㆍ인력 비용이 상승하면서 저가 경쟁력을 상실했는데 중국도 이 같은 단계의 시작점에 들어섰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물가 급등세가 중국의 고속 성장세에 제동을 걸 수 있다고 봐야 합니까. ▦올해 정부 물가 목표치인 4%는 이미 실현 불가능하고 5% 안팎에 이를 것으로 보입니다. 정부 긴축정책이 효과를 보이면 내년에도 4~5%선에서 물가가 잡힐 것으로 전망됩니다. 중국은 30여년 전 개혁ㆍ개방의 1차 성장방식 전환기에 이어 현대화 성장방식으로 탈바꿈하는 2차 성장방식 전환기에 들어섰습니다. 다시 말해 수출에서 내수 주도로 성장모델을 대체하고 노동비용 상승 등 경제여건 변화에 맞춰 산업 구조조정, 기술혁신을 통해 경제체질을 바꿔야 하는 단계에 접어들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다소간의 경제성장 둔화는 필연적입니다. 물가가 5% 안팎에서 잡힌다는 전제하에 올해와 내년 성장률은 각각 9%, 8%로 전망됩니다. -중국 당국이 물가를 잡기 위해 하반기에 추가 금리인상 등 긴축의 고삐를 죌 것이라는 관측도 나옵니다만. ▦결론부터 말하면 중국의 추가 금리인상 여력은 크지 않습니다. 금리인상을 통한 유동성 억제로 실물경제가 이미 타격을 받고 있습니다. 특히 기업들의 자금사정이 악화하면서 중소기업의 줄도산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하반기에는 경제 파급효과가 큰 금리인상보다 대규모 저가 공공주택 공급 등을 통해 물가상승을 야기하는 부동산 가격 안정 등에 초점을 맞출 것입니다. -중국은 부동산 등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통해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고 고속성장을 일궈냈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발생한 부동산 버블이 중국경제를 옥죌 것이라는 우려가 높습니다. ▦부동산 버블은 매우 복잡한 문제입니다. 재정이 취약한 지방정부가 과도한 토지매각 및 부동산 건설을 통해 재정수입을 늘리고 개발업체는 이에 편승해 무분별한 개발에 나서면서 부동산 거품이 발생했습니다. 중앙정부가 부동산 경기 과열을 식히기 위해 지방정부에 주택 가격 하향안정 목표치 제시 등의 지시를 내리고 있지만 지방정부와 개발업체들이 함께 중앙정부에 맞서며 행정지도가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부동산 경기과열 문제는 해결되기 어렵다고 봐야 합니까. ▦아직까지 마땅한 해결책이 없기 때문에 심각한 문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지방정부는 경제성장을 위한 부동산 건설과정에서 은행에 엄청난 빚을 졌습니다. 부동산 버블과 지방정부 부채 문제는 중국경제에 짐으로 남을 것입니다. 이미 지방정부 부채가 10조위안이라는 통계가 나왔는데 이는 지난해 은행 총대출을 초과하는 규모입니다. 다만 중앙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규제조치가 어느 정도 효과를 보며 버블이 조금씩 빠지고 있는 양상입니다. 베이징ㆍ상하이 같은 대도시는 버블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지만 2선 도시의 부동산 가격은 점차 하향 안정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중국이 개혁ㆍ개방의 1차 성장방식 전환에 이어 현대화 경제를 향한 2차 성장모델 전환을 이제 막 시작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2차 전환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는 무엇입니까. ▦에너지 문제 해결이 가장 절박합니다. 경제성장을 이끌면서도 오염을 줄일 수 있는 신에너지 개발이 시급합니다. 중국의 에너지원 가운데 60%가 석탄입니다. 석탄은 환경오염을 크게 초래하며 이제 더 이상 이 같은 재래 에너지를 사용해 성장하는 시대를 계속할 수는 없습니다. 에너지 분야에서 출로를 찾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지난해 6월 중국정부의 환율개혁 이후 꾸준히 위안화가 절상되고 있습니다. 위안화의 향배를 어떻게 보시는지요. ▦중국 당국은 물가상승 압력을 완화하는 것은 물론 경제체질 전환 노력의 일환으로 꾸준히 위안화 절상에 나설 것입니다. 위안화 절상은 수입물가를 낮춰 물가상승 압력을 줄여줍니다. 또 위안화 절상은 노동비용 상승과 함께 수출기업의 가격 경쟁력을 떨어뜨려 수출보다는 중국 내수시장으로 자연스레 눈길을 돌리게 만듭니다. 이는 중국이 올해부터 시작한 12차 5개년 경제개발계획 기간 수출 주도의 경제성장 모델을 내수 주도 성장모델로 전환하는 작업과 맞물려 있습니다. 위안화 절상폭은 연간 달러화 대비 4% 정도가 적당하다고 봅니다. -중국 정부는 위안화 환율체제를 점차 시장원리가 작동하도록 개혁해나가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언제쯤 위안화가 오롯이 시장에서 결정되는 시스템으로 바뀔 수 있다고 보십니까. ▦중국 정부가 위안화 환율을 점차 시장결정환율 시스템으로 바꿔나가겠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시간표는 아직 나오지 않았습니다. 중국 금융ㆍ자본시장이 미비한 상황에서 위안화 환율을 시장에 맡기는 것은 위험합니다. 앞으로도 상당 기간 인민은행이 무역수지, 국제금융시장 동태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환율을 결정하는 관리변동환율제가 지속될 것입니다. 베트남 등 외환시장을 먼저 개방한 나라에서 보듯이 이머징마켓이 자국통화를 급히 개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합니다. 위안화가 시장환율체계로 가는 데는 적어도 10년 이상 소요될 것으로 보입니다. -세계무역기구(WTO)가 중국의 희토류 등 광물질 수출제한 조치에 대해 불법판정을 내린 일을 놓고 말들이 많습니다. ▦정확히 9가지 광산물 수출제한 조치를 WTO 규칙위반이라고 했는데 그 가운데 핵심은 희토류입니다. WTO 원칙이 자유무역, 즉 관세인하, 무역장벽 제거, 시장경제 추구인데 희토류 수출제한은 이 같은 원칙위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WTO의 매우 중요한 원칙 가운데 하나가 환경무역장벽 원칙입니다. 이에 따르면 수출상품은 수입국ㆍ수출국 환경보호 표준에 부합돼야 하며 중국은 이 원칙에 따라 일부 광물질 수출을 제한한 것입니다. 사실 미국도 희토류 산업 환경무역장벽을 만들고 중국으로부터 저가에 희토류를 수입해왔습니다. 중국의 희토 매장량은 전세계의 38%를 차지하지만 세계시장의 90%를 맡을 정도로 불균형 상태에 있습니다. 중국은 자국 생태파괴를 대가로 하는 정책을 더 이상 지속해나갈 수 없다고 판단됩니다.
■ 류루이 부원장은
류루이 인민대 경제학원 부원장은 중국 정부의 경제성장 모델을 새롭게 재편하는 데 산파 역할을 한 대표적인 경제학자이다. 중국 정부는 최근 지속 가능한 성장기반을 확보하기 위해 내수 주도의 경제성장 모델을 마련하고 있다. 그는 또 올해부터 시작된 12차 5개년 경제개발계획 초안을 작성하는 데 정부 자문위원으로 참여했다. 그는 경제성장 방식의 성공적 전환을 위해서는 산업구조를 에너지 고효율, 자원절감형 구조로 업그레이드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기술혁신이 최우선 과제라고 설파하고 있다. 주요 저서 및 논문으로는 '중국경제 성장방식 전환과 정형화(2004)' '사회경제발전전략과 기획:이론ㆍ실천ㆍ사례(2006)' '국민경제학(2009)' 등이 있다. ▦1960년 쓰촨(四川)성 청두(成都) ▦1982년 인민대 경제학 학사 ▦1991년 인민대 경제학 석사 ▦1996년 인민대 경제학 박사 ▦2003년 인민대 국민경제관리학과 주임 ▦2004년 한중사회과학학회 부회장 ▦2008년~ 대만 중화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2009년 인민대 경제학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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