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부 등 외환당국은 최근 원화의 급격한 절상은 수급에 의한 것이라기 보다는 심리적 요인에 의한 것인만큼 정부 개입으로 심리만 안정시키면 원화 절상 추세도 한풀 꺾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그러나 외환시장에서는 정부의 원화 절상에 대한 시각이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며 정부 대책이 큰 힘을 발휘할 지 의구심을 보이고 있다. 외환시장 관계자들은 정부가 자칫 섣부른 대책을 시행할 경우 달러당 1,120원선은 물론 1,110선마저 무너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정부 시각과 대책=외환 당국은 康 장관이 이날 밝혔듯이 수급면으로 보면 원화가 절상될 이유가 없다고 보고 있다. 경상수지 흑자나 외국인 주식투자 자금 유입 등으로 달러가 공급되지만 은행의 외환 대손충당금 적립과 기업의 외화 원리금 상환 등을 고려하면 수급은 균형을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김용덕(金容德) 재경부 금융정책국장은 『12월중 달러 공급과 수요는 모두 45억달러 안팎』이라면서 『수급면에서는 원화 절상 이유를 찾을 수 없다』고 말했다.
재경부는 이달중 달러 공급이 경상수직 흑자 20억달러 외국인 직접 투자자금과 기업들의 외자 유치 13억달러 외국인 주식투자자금 12억달러 등이며, 달러 수요는 은행의 외화 대손충당금 15억달러 공기업과 기업의 외화 원리금 상환 13억달러 은행이 대우에 지원한 DA(연불수출) 자금 적립 7억달러 성업공사의 외환부실채권 추가 매입 5억달러 외환보유고 확충 5억달러 등이다.
金국장은 외국인 주식투자자금 12억달러 유입 근거에 대해 크리스마스 휴가로 외국인들의 국내 주식 매매가 줄어드는데다 지수가 1,000포인트 가까이 돼 신규 매수보다는 차익 실현에 중점을 둘 것이라는 점을 들었다.
정부는 일단 환율 안정을 위해 발행하는 1조5,000억원(5,000억원은 차환 발행)의 외평채를 조기 투입하는 등 단기 대책을 바로 시행할 방침이다. 성업공사는 10일부터 금융기관 보유 부실 외화채권이나 대우 해외채권단 보유 채권 등을 5억달러 가량 사들일 예정이다.
또 은행의 외환 대손충당금과 대우 DA 자금 적립을 하루 속히 시행하도록 해 단기적 달러 수요를 촉발시키고 내년에는 대우 워크아웃 계획에 따라 국내 금융기관이 외국 금융기관 보유 대우 부실채권을 20억달러 규모로 매입할 계획이다.
◇외환시장 반응=외환시장에서는 정부의 외환 수급 균형 시각을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이다.
이정욱(李柾郁) 하나은행 외환자금팀 대리는 『정부는 이달중 달러 공급이 45억달러 밖에 안된다고 강변하나 기업 구조조정 자금 유입이나 역외 헤지자금, 거주자 외화자금 등을 지나치게 과소평가한 것』이라면서 정부의 외화 수급 추계에 문제점을 지적했다.
최명규(崔溟圭) 조흥은행 국제부 대리는 『원화가 절상되는 추세에서 정부가 은행에게 외화 부실채권에 대한 대손충당금 조기 적립을 요구한다고 해서 은행이 따를 리가 없다』면서 정부의 안이한 시각을 꼬집었다.
외환딜러들은 정부가 충분한 자금을 갖고 환율 안정에 나서지 않는 한 정부 개입이 오히려 문제를 꼬이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한다.
李 대리는 『최근 원화의 급격한 절상은 정부가 용인했거나 또는 정부 개입 정도가 미미했기 때문』이라면서 『환율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정부가 충분한 돈을 갖고 시장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재홍기자JJH@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