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미국 믿지말고…/정경부 김준수 차장대우(기자의 눈)

1995년 2월 프랑스 정부는 미국 CIA 파리지부장을 비롯한 5명의 미국인을 산업스파이 혐의로 추방했다. 이 사건은 동서냉전이 종식되고 바야흐로 세계경제전쟁시대에 돌입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줬다.냉전종식후 미국은 러시아 정보원을 대폭 줄이고 서유럽과 일본 정보원을 대폭 늘렸다. CIA의 프랑스 상주요원수가 러시아의 배가 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우리의 국가안전기획부도 분명히 달라져야겠지만 보다 근본적인 문제부터 짚어봐야겠다. 임창렬 신임 부총리겸 재정경제원장관은 지난 22일 국제통화기금(IMF)에 자금지원을 요청하기 직전까지도 미국과 일본으로부터의 직접차입을 추진했다. 그러나 이들은 끝내 우리의 요청을 묵살하고 IMF 쪽으로 내몰았다. 특히 미국은 대놓고 직접적인 자금지원은 곤란하다는 반응을 보였고, 그러자 일본도 뒤로 물러서고 말았다. IMF의 자금지원은 반드시 「조건」이 붙는다. IMF는 해당국가에 대해 거시경제지표에서부터 개별기업의 투자조정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에서 「간섭」을 한다. IMF에서 가장 「말발」이 센 국가는 물론 미국이다. 『한국의 차기 경제부총리는 IMF이고, 경제수석은 미국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IMF가 우리에게 요구하는 정책대안들이 우리가 그동안 추진해온 경제정책과 유사하다는 관점에서 보면 IMF구제금융이 「약」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세계경제전쟁시대에서 IMF와 미국이 한국이 마냥 잘 되도록 도와줄 것이란 환상은 금물이다. 이 때문에 IMF구제금융은 「독」이 될 가능성이 더 크다. 정책당국과 국민 각자가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는다면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을 수도 있다. 우리는 지금 국제사회의 도움을 잘 활용해 선진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느냐, 아니면 선진국의 속국이 되느냐를 결정하는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 미 CIA를 비롯한 세계 각국의 정보기관들은 아마 지난 22일 한국이 IMF로부터 자금지원을 받겠다고 발표한 이후 한층 더 바삐 움직이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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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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