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2012년 총선·대선을 거치며 국회의원 겸직 금지를 공약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에는 국회법을 개정해 원칙적으로 대부분의 자리를 겸직하지 못하도록 했다. 개정 국회법에 따라 겸직금지의 세부 범위를 논의하기 위해 3월 국회 스스로 발족시킨 게 바로 윤리심사자문위다. 외부 전문가를 자문위원으로 영입한 것을 보고 많은 국민들은 '이제야 의원들이 정신을 차리려나' 하는 기대감을 가졌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혹시나는 역시나로 끝나고 말았다. 외부 전문가 대신 의원들 편에 선 것이다. 자신들이 앞장서 구성한 자문위의 의견을 무시하려면 무엇하러 4개월간이나 혈세를 써가며 자문위를 운영했는지 허탈할 뿐이다. 세비를 받으면서 다른 직을 겸한다는 것은 무소불위의 특권이며 비리와 폐습의 온상이 될 수밖에 없다는 여론의 질타에도 눈을 감아버린 것이다. 전형적인 집단이기주의다.
이뿐이 아니다. 세비(歲費) 삭감, 출판기념회 금지 등 애초의 약속도 헌신짝 버리듯 하고 있다. 이쯤 되면 특권 내려놓기가 국회 쇄신 요구를 잠시 피하려는 '쇼'에 불과하다는 비난을 받아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국회의원들이 과연 관피아 척결을 외칠 자격이나 있는지 의심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