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① 법적 요건 불충분… ② 국회 일정 불투명… ③ 물가 자극 부작용

[경제운용 틀 다시 짠다] <br>■ 추경 하고 싶어도 못하는 3대 딜레마


"정부도 경기회복을 앞당기고 싶지만 재정을 더 풀고 싶어도 못 풉니다."

기획재정부의 한 고위관계자가 최근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밝힌 이야기다. 하반기 경기에 대한 낙관론이 힘을 잃으면서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정치권 등에서 나오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재정부 여러 관계자들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추경 불가론의 이유는 크게 3가지로 요약된다. 첫째는 법적으로 추경 요건에 미치지 못한다. 둘째는 국회가 추경 편성을 적기에 뒷받침할 수 있는지 불투명하다. 세번째는 물가 자극 등 부작용도 심각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현행 국가재정법은 추경 편성 요건을 ▦전쟁 ▦대규모 자연재해 ▦대내외 여건의 중대한 변화(경기침체, 대량실업, 남북관계의 변화 등) 및 변화 우려 ▦법령에 따른 국가 지출 증가 사유 발생 등으로 한정하고 있다. 물론 이 중 경기침체 및 그 우려를 추경의 이유로 주장할 수는 있지만 현실적으로 3%대의 경제성장률을 경기침체 국면으로 보기 어렵다는 게 경제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지난해 말 박재완 재정부 장관이 추경 편성의 요건에 대해 "내년(2012년) 상반기 경제성장률이 1~2%대로 급락하는 어려운 국면이 올 경우"라고 못박은 것도 3%대의 성장률을 경기침체로 정의할 수 없다는 점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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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구나 박 장관은 지난 17대 국회의원 시절 추경 요건을 현재와 같이 엄격하게 규정하도록 법개정을 주도했다. 재정건전성을 위해 추경 남발을 막자던 박 장관이 금배지를 뗐다고 금세 변심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하반기에 추경을 편성하려 해도 국회가 제때에 열릴지 알 수 없다. 18대 국회에서도 위원회 자리 등 기득권을 둘러싼 여야 간 원구성 협상이 길어지면서 추석 직전에야 개원을 할 수 있었다. 올해에는 더구나 연말 대통령선거가 끼여 있고 각종 권력비리형 의혹에 대한 특검, 국정조사 등을 주장하는 여야 의원들의 목소리가 높아 개원을 어렵게 한다고 해도 국회가 제대로 운영될지 장담하기 함들다. 민주통합당의 한 관계자도 "여대야소인 상황에서 야당으로서는 국정운영에 협력해 함께 책임을 질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 경우 3ㆍ4분기 말이나 4ㆍ4분기에나 추경이 국회를 통과해 실제로 돈만 편성되고 집행은 이듬해로 이월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재정 전문가들은 뒤늦은 추경보다는 내년도 예산을 경기대응형으로 충분히 편성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가 내년도 경기 전망을 보수적으로 잡아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는데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경제연구원(KDI)의 최근 내년도 경기 전망은 여전히 낙관적이라는 게 학계의 쓴소리다.

민병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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