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뜩이나 불황… 시기 맞지않다”/구조조정에 걸림돌/외국기업에 「역차별」 우려도정부가 재계의 목을 죄는 대기업정책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정부와 재계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재계는 현재와 같은 부도사태와 신용위기 속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내놓고 있는 대기업정책이 경기회복은 물론 기업의 자구노력과 구조조정에 커다란 걸림돌이 된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특히 대기업정책은 아무런 제한없이 경영을 하는 외국기업에 비해 한국기업들이 「역차별」을 당할 수 있는 요인이 된다는 지적이다.
13일 정부와 재계에 따르면 재경원과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30대그룹의 상호채무보증 해소 ▲부실기업에 대한 대출금지 등 금융세제상의 규제강화 ▲동일계열 기업에 대한 은행의 여신한도제 ▲차입금 과다기업의 손비불인정 ▲연결재무제표 도입 등을 잇따라 발표했다. 기조실 축소 및 폐지, 계열사간 내부거래 규제강화 등도 경영구조와 경영관행에 엄청난 파장을 가져올 메가톤급 이슈로 꼽히고 있다. 반면 전경련회장단이 구조조정과 자구노력을 추진하기 위해 건의한 「기업구조 조정에 관한 특별법」제정은 특혜시비 및 노동계의 반발 등을 이유로 거부되고 있다.
그러나 재계는 소나기식의 대기업정책은 극심한 불황기에 실효성이 없는데다 자구노력을 더욱 어렵게 하는 등 부작용이 많다는 입장이다. 예컨대 채무보증 축소의 경우 금융기관이 계열사와 대주주의 연대채무보증을 요구하는 관행에 비추어볼 때 납득할 수 없으며 담보관행의 개선이 선행돼야 가능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동일계열기업군 여신한도제는 거액여신한도제 및 바스켓여신한도제 등과 중복되며 연결재무제표 작성의무도 계열사별 독립경영을 유도하는 공정거래법상 내부거래 억제정책방향과 모순되는 문제점이 있다.
정부의 이같은 잦은 대기업정책 변경과 중복규제는 ▲경제정책에 대한 불신감 조장 ▲투자마인드의 급격한 위축 등의 부작용을 가져오고 ▲규제개혁기본법 제정을 통한 규제철폐 방향에도 역행한다는 것이다.
재계는 대기업정책은 ▲경영구조 개선을 통한 경영투명성 제고 ▲재무구조 개선 ▲경제력집중 억제 ▲공정경쟁 촉진 등을 위해 장기적으로는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도 시기, 방법면에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대우그룹 회장실의 김우일이사는 『부도사태 등을 진정시키고 추락하는 대외신인도를 정상화하기 위해선 기업의 활력 회복과 자구노력을 위한 여건개선에 정책의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며 『기업이 쇠약해진 체력을 회복할 때까지 대기업정책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이의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