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표자전병성(全炳成) 환경부 총무과장
한기주(韓基周) 현대환경연구원팀장
이수갑(李樹甲) 서울대학교 기계항공과 교수
■ 토론자
이기훈(李紀勳) 충남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황진택(黃鎭澤) 삼성지구환경연구소 연구위원
■ 사회 정 훈(丁 薰) 논설위원
◇국제 환경규제 실태와 한국의 오염처리비용(전병성·全炳成 과장)=지구환경문제가 국제사회의 새로운 쟁점으로 부각되면서 각국의 환경정책과 경제활동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각종 환경협약이 증가하고 있다. 현재 체결된 국제환경협약은 약 210여개에 달하고 있다. 한국은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한 기후변화협약, 오존층 보호를 위한 비엔나협약 및 몬트리올의정서 등 40개의 환경협약에 가입되어 있다.
이들 협약의 이행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각종 무역규제 조치가 점차 증가
하고 있고 협약의 규제대상에 따라 국내산업에 미치는 영향도 다양해지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국제적 동향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환경에 대한 투자확대가 필요하다. 환경에 대한 투자는 여러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환경투자를 늘리면 생산환경을 개선시켜 성장잠재력을 배양하고, 적정수준의 공공 및 민간의 환경오염투자로 소득재분배 효과를 유발하며 삶의 질을 향상시킨다. 또한 강력한 환경시책과 투자의 촉진은 공해방지시설이나 무공해기술의 개발을 앞당기고 관련산업을 발전시키는 효과가 있다.
우리나라의 환경투자환경을 살펴보면 90년대 초부터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중앙정부의 환경투자규모는 93년 7,271억원에서 99년에는 2조7,534억원으로 대폭 증가되었다. 그러나 아직도 정부예산의 2.15%, 국내총생산(GDP)의 0.64%에 불과하다. 더욱이 대부분의 환경투자가 하수처리장 등 환경시설확충에 집중되어 있어 국제환경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환경기술개발 등에는 관심이 저조한 실정이다.
환경개선 중기 계획상의 투자규모는 98~2002년간 36조 5,429억원에 이르고 있다. 중기계획은 공공부문에서 26조 3,000억원, 민간부문에서 10조 2,000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중기계획상의 투자규모는 주로 정부나 자치단체의 계획에 의존하고 있어 민간부문의 투자를 정확히 반영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이러한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서 OECD에서는 환경오염방지지출 개념을 사용하고 있다. OECD는 환경오염방지 비용이 대체로 GDP의 1~2%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
OECD의 지침에 따라 한국은행이 추계한 우리나라의 환경오염방지지출은 98년에 총7조 2,642억원으로 나타났다. 이중 정부부문이 4조 327억원, 기업이 2조 8,833억원, 가계가 3,842억원이다. 이는 GDP의 1.6% 수준으로 다른 선진국들과 비슷한 수준이다. 그러나 선진국의 경우 하수처리장, 쓰레기 매립장, 소각시설 등 환경기초시설이 거의 완비되어 있지만 우리는 한창 투자가 진행중에 있는 점은 감안하면 순수한 환경관리지출은 선진국에 비해서 매우 부족하다.
아직도 우리나라의 환경에 대한 관심은 매우 저조한 수준이다. 강력하고 일관된 환경정책을 추진하기보다는 현안 해결에 급급한 실정이며 정부나 민간의 환경투자도 매우 소극적이다. 그러나, 환경에 대한 투자는 미래에 대한 투자라는 자세로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다.
◇환경산업 발전의 경제적 가치와 기회비용(한기주·韓基周 팀장)=다가오는 21세기에는 환경분야가 정보·통신·의료·복지 분야와 더불어 가장 유망한 산업 가운데 하나로 떠오를 전망이다. 왜냐하면 과거와 달리 환경이 인류의 복지를 결정하는 중요 요소가 되면서 환경오염 방지에 관련된 산업의 시장기회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세계각국이 앞으로 환경규제를 강화함에 따라 기술과 설비의 수요 증대로 환경시작이 확대될 것이다. 선진국들은 환경과 관련된 각종 폐해가 발생하자 지난 70년대부터 강력한 환경규제 조치를 취하기 시작했다. 아울러 소비자와 환경단체들의 활발한 환경보호 움직임 등 환경을 중시하는 사회문화가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
한편, 개도국들은 사회의 우선적인 목표가 성장에 있어 환경보전을 위한 노력이 선진국에 비해 훨씬 뒤 처질 수밖에 없어 환경오염과 자연파괴가 계속 진행되고 있다. 그런데도 이들 개도국들은 공업화를 계속 추진할 것이기에 환경오염을 막기위한 노력을 아울러 기울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는 곧 환경시장이 확대될 것을 의미한다.
또한 환경문제가 한 국가 내의 문제에서 벗어나 전 지구적 문제가 되고 있다는 점도 환경산업의 확대요인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세계 환경시장은 지난 92년부터 98년사이에 연평균 8.6%라는 높은 성장을 해왔고 앞으로도 오는 2005년까지 연평균 2% 정도의 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따라 세계 환경산업 시장의 규모는 98년의 4,840억달러에서 2005년에는 5,540억달러로 늘어날 전망이다. 한편,우리나라의 환경산업도 오는 2010년까지 연평균 10% 가까운 높은 성장을 보여 시장규모가 97년의 29억달러에서 2010년에는 100억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향후 환경산업 시장의 전망은 매우 밝다. 그러나 우리가 이런 시장기회를 충분히 활용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왜냐하면 선진국과 우리와의 환경기술 격차가 대단히 커서 선진국들이 환경시장을 독점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환경과 무역을 연계해 환경기술과 설비판매를 확대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이 밖에 국내환경산업은 구조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다. 우리나라의 환경산업계는 국내시장이 협소하다. 세계 50대 환경산업체의 평균 연간 매출액은 1조6,000억원에 이르고 있는데 우리나라 환경업체의 당 연평균 매출액은 5억원에 불과하다. 기술수준도 낙후되어있다. 중급설비의 경우에는 선진국의 65~70%에 도달하고 있지만 고급설비는 15~20% 수준에 불과하다. 또한 환경오염물질의 사전 발생량 저감 및 사후처리를 위한 기술인력이 절대 부족하다.
따라서 우리의 환경시장 진출은 정부의 지원을 뒷받침한 환경기술 개발에 대한 집중투자가 있은 후에야 가능할 것이다.
◇뉴 배틀 필드, 소음공학(이수갑·李樹甲 교수)=레스터 서로우는 최근 그의 저서에서 『경제 개발과 환경보호는 반의어가 아니라 동의어이다』라고 주장하고 성장은 환경보호의 적이 아니며, 오히려 환경개선을 위해서는 기술개발을 수반한 성장이 필수적이라고 역설했다. 이 말은 보통의 대다수 국민이 믿고 있는 경제개발에 의한 환경파괴라는 공식을 뒤집는 궤변으로 들리가 쉽다. 그러나 조금만 자세히 살펴보면 그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를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좋은 예가 바로 과학기술의 지속적 개발을 통한 환경개선의 의지를 나타내는 소위 환경기술분야다. 그 중 중요한 몫을 차지하고 있는 소음관련기술은 국가의 GNP가 최소 만불이상은 되어야 관심을 끄는 소위 선진국형 테마이다.
특히 인구밀도가 높은 우리나라에서는 생활수준이 향상됨에 따라 조용한 환경에 대한 욕구가 분출되고 있다. 소음·진동관련 전체 민원은 3,724건이며 진정이 2,984건으로 81%, 질의는 73건으로 2%, 건의가 703건으로 19%로 나타났다.
소음문제는 또한 상품의 경쟁력과 결부되어 경제적으로도 큰 영향을 미친다. 일반 가전제품부터 자동차, 심지어는 헬리콥터에 이르기까지 선진국에서는 저소음이 마케팅의 초점이 된 지 오래다. 바로 소음은 제품의 질을 나타내는 바로미터이기 때문일 것이다. 산업용 기계의 경우에도 내수 뿐 아니라 수출에 역시 소음도가 매우 중요한 문제로 부각되고 있고 제품의 소음을 문제시하는 선진국들에 의해 보이지 않은 무역장벽을 경험하기도 한다. 또한 사회안보 및 국방의 측면에서도 환경측면에서 개발된 저소음기술은 응용될 수 있다. 가까운 예로 우리나라 해군이 주력하고 있는 잠수함의 경우, 심해에서의 유일한 탐지·피탐지 경로인 수중 소음의 저감은 생존과 직결된 기술이다.
소음공학은 21세기 첨단 산업기술의 최전방에 위치하고 있으며 그동안 산업기술 개발은 곧 환경파괴라는 공식에 익숙해져 과학기술의 진보에 회의를 갖는 많은 대중들에게도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공할 수 있는 학문분야다.
과학기술의 발달로 인한 과도한 개발이 없었더라면 소음을 포함한 환경문제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믿는 사람도 있다.
현재 소음공학계에서는 심리음향학이라는 분야가 각광받고 있다. 비행기에서 발생하는 굉음과 숙련된 피아니스트의 아름다운 연주가 모두 소리의 일종이라면 우리가 듣기 싫어하는 소음을 보다 받아들이기 쉬운 소리로 만들면 어떨까하는 연구다. 이 예는 과학기술이 계속 발전하면 환경문제의 정의 자체도 변하게 된다는 서로우의 주장과 일맥상통하는 바가 있으며 기존의 기술이 이뤄 놓은 혜택을 계속 누리면서 지속적인 기술 개발을 통한 적극적인 문제해결을 모색하고 있는 20세기 말의 공학의 모습을 대변하고 있다.
정리=전용호기자CHAMGIL@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