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美마저 등돌려 무바라크 고립무원… 정국 새판짜기 시동

[이집트 민주화 시위] <br>안전 보장·재산피해 최소화땐 퇴로 모색할듯<br>이집트 정국 새판짜기 논의는 이미 본격화

임기가 끝나는 오는 9월까지 대통령직을 지키겠다는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이미 하야는 사실상 '시간 문제'인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반정부 시위대의 '하야일' 선포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즉각적인 권력 이양 촉구 등이 맞물린 지난 4일(현지시간) 무바라크 대통령에 대한 퇴진 압력이 절정을 이루면서 이집트는 물론 국제사회의 관심은 이제 이집트 정국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무바라크 대통령의 퇴로 모색과 그의 퇴진 이후 정국을 추스르기 위한 '새 판짜기'에 집중되기 시작했다. ◇'고립무원' 무바라크 퇴진 초읽기=1일 "차기 대선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무바라크 대통령의 선언에도 불구하고 이집트 국민들은 그의 즉각 퇴진을 요구하며 격렬한 반정부 시위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4일 열린 반정부 시위는 수도 카이로뿐 아니라 알렉산드리아ㆍ수에즈 등 이집트 전국을 뒤덮으며 무바라크 대통령이 물러나기 전에는 정부와 어떤 대화도 없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서방국가들도 무바라크 대통령에 대한 퇴진압력의 강도를 높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무바라크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이집트가 즉시 권력이양에 나서야 한다"며 사실상 미국이 무바라크 대통령에게서 등을 돌렸음을 만천하에 드러냈다. 이집트 정부 요직에서도 미묘한 기류 변화가 감지됐다. 뉴욕타임스(NYT)는 무바라크 대통령의 측근인 오바르 술레이만 부통령과 무함마드 탄타위 국방장관, 아흐마드 샤파크 총리 등 군부출신 '3인방'이 자신들의 입장을 조정하고 있는 듯하다고 밝혔다. 실제 샤파크 총리는 이날 정부가 시위대를 강제 해산시킬 계획이 없다고 밝히는가 하면 알-후라 TV방송에 출연해 무바라크 대통령이 명예로운 하야를 해야 한다고 강조, 무바라크 대통령의 조기 퇴진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NYT는 앞서 아랍 외교관들을 인용해 미국 정부가 무바라크 대통령의 즉각 사임 이후 과도정부에 권력을 이양하는 방안을 이집트 당국과 논의 중이라며 무바라크 대통령의 퇴진이 임박했다는 설(說)을 뒷받침했다. ◇안전과 재산보장이 하야 관건=퇴진이 기정사실로 굳어져가는 상황에서도 무바라크 대통령이 자리에서 내려오지 못하는 이유는 현재 상태로는 그의 안전과 재산을 보장받을 수 없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지난 30년간의 대통령 재임시절 쌓은 무바라크 일가의 재산 추정액은 예금과 부동산 등을 포함해 약 700억달러(한화 78조2,000억원 상당). 대부분 외국의 부동산 투자나 비밀계좌 예금 형태로 보유하는 자산들이다. 정치외교 전문 싱크탱크인 국제위기그룹(ICG)의 엘리야 자르완은 "무바라크 대통령은 퇴진 이후 모든 것을 잃고 처벌까지 받을 수 있다는 점을 두려워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때문에 일부 전문가들은 무바라크 대통령이 헌법에 따라 부통령에게 자신의 권한을 위임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퇴로를 모색할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NYT는 미국과 이집트 관료들을 인용해 무바라크 대통령이 권력을 부통령에게 넘겨준 뒤 낙향하거나 해마다 실시하는 의료검진을 명목으로 독일로 출국하는 형식으로 자연스럽게 카이로 권력무대에서 내려올 수도 있다고 전했다. ◇이집트 정국 이미 '새 판짜기' 돌입=현재로서는 무바라크 대통령의 조기 퇴진 후 술레이만 부통령이 이끄는 과도정부가 정국 혼돈을 수습하고 민주화 체제로의 전환을 위한 밑작업을 추진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민주화를 위한 헌법 개정도 과도정부의 몫이다. 술레이만 부통령으로의 권력 승계에 힘이 실리는 과도정부 구성과 달리 차기 대권의 향방은 오리무중이다. 야권의 구심점인 무함마드 엘바라데이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이집트 국민이 원한다면 9월 선거에 출마할 수 있다며 대통령직 도전의 가능성을 열어둔 가운데 아랍연맹의 아므르 무사 사무총장도 4일 대선 출마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술레이만 부통령 역시 유력한 여권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이다. 이밖에 2005년 대선에 출마했던 인권변호사 출신 정치인 아이만 누르 알가드당 대표도 야권 후보로 거론되는 등 극심한 정국 혼란 속에서 이집트 정계의 새 판짜기논의가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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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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