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대우그룹<DCM>(한국기업의 21세기 비전)

◎“인도인에게 꿈의 차를” 황금시장 달린다/노이다시 27만평서 씨에로 등 ‘첨단생산’/무결점·고객만족 기치 「ZET」운동 열기인도의 수도 뉴델리중심가에서 승용차를 타고 1시간 남짓 달리면 우타 프라데쉬주 노이다시에 있는 27만평 규모의 DCM 대우자동차 공장이 한눈에 들어온다. 뉴델리에서 남쪽으로 33㎞ 떨어진 이곳까지 가는 길은 왕복 2차선으로 포장도로와 비포장도로가 섞여있다. 비포장도로 마을을 지날때면 짐을 가득실은 우마차와 인파가 뒤엉켜 시간을 지체하기 일쑤다. 뉴델리를 통과하는 동안 폐차를 해도 몇번을 했어야 할 낡은 버스와 트럭, 색바랜 소형승용차들이 달리고 있는 사이사이에 대우의 씨에로가 질주하는 모습이 특별히 눈길을 끈다. 회색 시멘트벽돌로 둘러싸인 DCM대우 공장은 대우의 서남아시아 자동차 시장선점을 위한 전략거점이다. 보급 초기단계에 있는 인도자동차 생산수준을 한단계 끌어올리는 주춧돌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물론이다. 이는 푸른색 철판위에 「DCM 대우」가 큼지막하게 씌어진 정문을 지나 생산라인에 들어서면 한눈에 확인된다. 청결한 공장바닥과 자동화된 설비에서 조립되는 씨에로, 현지근로자들의 진지한 손놀림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곳에 있는 근로자들은 쾌적하고 첨단설비를 갖춘 대우자동차 공장에서 일하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이 공장은 프라데쉬주의 산업발달을 상징하고 있다. 뉴델리나 노이다 시민들은 한국에 대해 물어보면 『대우』와 『씨에로』라고 말할 정도다. 하루 3백대의 씨에로를 조립하는 공장 라인과 벽에 붙어있는 생산성향상과 의식개혁을 강조하는 각종 플래카드와 벽보들도 특별히 눈길을 끈다. 이 가운데 「Zet No.1」운동은 대표적이다. Zero Defect(무결점), Excellent Product(최고품질), Total Customer Satisfaction(고객만족), No.1 Automobile Company(1등자동차 회사)의 영문 첫글자를 따서 붙인 운동이다. 이 공장은 대우특유의 순발력과 앞선 전략의 결과다. 인도가「차세대 황금시장」이 될 것으로 일찌감치 내다본 것. 대우는 지난 94년 7월 일본 도요타자동차와 인도 DCM그룹의 합작사인 이 공장의 도요타지분 51%를 인수했다. 초기에는 회의적 반응이 주류를 이루었다. 그러나 대우는 인수하자 마자 공장혁신에 착수, 이런 분위기를 일소했다. 공장 건물을 새로 짓고 자동화설비를 대거 설치하는 등 청결한 공장으로 탈바꿈시켰다. 생산성이 한국근로자의 절반수준에 머무는 근로자들을 「대우맨」으로 개조하기 위해서였다. 도요타자동차가 경영권을 행사하던 시절, 판매부진등 경영난으로 사기가 떨어질대로 떨어졌던 근로자들에게 「하면 된다」는 대우식 자신감을 심어줬다. 이를위해 근로자들을 부평공장에 파견, 몸소 선진생산방식을 배우도록 했다. 대우차는 인도 국민들로부터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다. 일본 독일등 선진국차에 비해 값은 훨씬 저렴하면서도 성능이 뒤지지 않아 인도인들이 선호하는 차종으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해 씨에로를 생산하기도 전에 대당 1천달러씩 선금을 받고 2년치 물량을 판 것은 이를 잘 증명하고 있다. 『판매계약을 시작한 지 2주만에 11만4천대의 예약을 받아 서둘러 계약을 마감했다』(DCM 대우자동차 이철수 회장). 인도 기업인들은 『씨에로는 성공한 인도인들이 갖고 싶어하는 꿈의 차』로 평가하고 있으며, 이는 대우의 광고문구에도 사용된바 있다. 대우는 선금으로 받은 1억20만달러를 투자재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합작사의 주식값도 지분 인수당시에 비해 3배 가량 올라 짭짤한 재미를 봤다. 대우의 인도자동차 사업은 「꿩먹고 알먹고 이까지 쑤시는」 일석삼조의 재미를 본 셈이다. 이같은 성공을 바탕으로 대우는 2000년까지 총 10억달러를 투자, 생산라인을 대폭 늘리는 등 공격적인 증설레이스를 펼치고 있다. 현재 씨에로 6만대, 상용차 2천4백대등 6만2천4백대의 생산규모를 98년 승용차 16만대, 상용차 7천대로, 2000년 21만대, 8천대규모로 단계적으로 확충한다는 전략이다. 부품현지 조달확대를 위해 2000년까지 엔진과 트랜스미션도 각각 연산 30만대씩 생산할 계획이다. 엔진과 트랜스미션은 생산량의 절반내지 3분의 1은 본사 군산공장으로 바이백(BUY BACK, 역수출)하기로 했다. 이회장은 『인도부품공장은 앞으로 전세계 부품공급을 위한 거점기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DCM대우는 현지시장 상황을 보아가며 생산차종을 현재의 씨에로에서 내년말 J­100(에스페로 후속모델)을 생산하는 등 99년초 까지 3개차종을 생산하게 된다. 공격적인 증설은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이어지고 있다. 올해 3만3천대로 인도시장의 9%를 차지하고, 98년 8만대(15%)로 늘릴 방침이다. 2000년에는 20만대를 팔아 25%를 달성, 현지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한다는 야심이다. 인도 자동차 수요는 올해 30만대로 추정되며 매년 25%씩 수요가 증가, 2000년에는 80만대로 커질 전망이다. 대우는 공격적인 마케팅을 위해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첫째 직영점을 운영하고 기존딜러도 경쟁을 유도하는 등 선진판매방식 도입이다. 자동차 할부금융도 도입, 할부판매를 활성화한다는 방침이다. 높은 관세율을 감안, 부품현지화도 서두르고 있다. 구자강 DCM대우이사는 『내년 5월 엔진 트랜스미션 프레스공장이 완공되면 부품현지 조달비율이 50%를 넘게된다』며 『이 경우 현재 50%인 관세가 25%포인트 낮아져 가격경쟁력이 강화돼 현지시장 공략이 한층 가속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품공장이 완공되면 대당 1천8백달러하는 씨에로의 가격을 1천3백∼1천4백달러로 낮출 수 있게 된다. 경쟁차종인 일본 스즈키의 마루티(6천달러)에 비해 가격경쟁력면에서 확실한 우위에 서게 된다. 특히 세계 최고의 생산능력과 경쟁력을 갖고 있는 도요타가 인도시장에서 실패한 채 철수한뒤 한국기업이 멋지게 성공을 한 것이어서 더욱 돋보인다. 도요타와는 달리 대우는 합작생산후 6개월만에 흑자를 내는 「세계경영」신화를 창조했다. 대우의 인도시장 성공은 자동차업계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꾸었다. 기존업체들은 시장이 커져야 투자하는 게 상례였다. 그러나 대우는 이를 기다리지 않고 먼저 진출, 시장을 키우며 선점하는 독특한 전략을 사용해 보기좋게 「홈런」을 때렸다. 박용근 회장실사장은 『계산된 도전이 기회를 만들어 준다』라는 말로 인도성공의 요인을 분석한다. 위험을 무릅쓴 채 미래의 방향을 읽고 이에 대비하는 자만이 기회를 선점할 수 있다는 기업가적 사고가 이같은 결실의 결정적 요인이 되고 있다.<뉴델리(인도)=이의춘> ◎인터뷰/이철수 DCM 회장/“공격적 설비투자 지속/연산 20만대 체제 구축” 이철수 DCM대우자동차회장(부사장)은 요즘 「신화창조」의 기대에 들떠 있다. DCM대우자동차는 진출 첫해에 1천4백만달러의 흑자를 달성했다. 이회장은 올해는 현지에서 생산, 판매되는 차량만으로 흑자를 낸다는 목표를 세우고 이를 위해 마케팅력을 강화하고 있다. 노동생산성과 품질향상을 위해 이리저리 뛰는 것도 그의 주된 일이다.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고 있다는 일본의 도요타마저 시장성이 없다며 합작사 지분을 철수했을 만큼 시장접근이 어려운 인도에서 이회장의 이런 실적과 목표는 그야말로 신화로 통하고 있다. ­근로자들의 생산성과 조업태도는 어떤가. ▲인도 근로자들의 생산성은 국내근로자들의 절반수준으로 아직 낮은편이다. 2천7백명의 근로자 가운데 절반이상이 6개월 미만의 경력이다. 그러나 외국기업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 이직률은 극히 낮다. 두달전 구인광고를 냈는데 2만명이 몰려들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생산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현재 2백명을 3∼6개월씩 부평공장에 연수시키고 있다. 가능하면 전원을 부평이나 창원공장에 보내 교육시킬 계획이다. 국내에 연수한 근로자들은 대우식으로 마인드가 바뀌면서 생산성이 부쩍 높아지고 있다. ­노사문제는 없는가. ▲민감한 문제다. 그렇잖아도 인도는 13개 정당으로 구성된 연립새정부가 출범하면서 노조도 강성기류로 흐르고 있어 노조와의 원만한 관계유지에 신경을 쓰고 있다. 과거 영국의 지배를 받아서인지 외국인에 대해 자존심이 강한 점도 변수가 되고 있다. ­장기적으로 연산 20만대 생산체제를 구축하고, 부품공장도 계획대로 지으려면 재원이 뒷받침돼야 할 텐데. ▲별 문제가 없다. 자동차 판매가 순조로워 판매대금등 자체자금 확보가 쉬운데다 인도 자체의 금융산업이 안전해서 대출받기도 쉽다. 인도에는 씨티뱅크등 6개의 대형금융기관이 있고, 자동차금융을 전담하는 금융업체도 있다. 금융기관으로부터 최장 5년까지 대출이 가능하며 이자율은 22∼23%선(우대금리는 18.25%)이다. 2000년까지 투자금액은 총10억달러다. 이중 2억달러는 현지에서 자체 능력으로 조달하고 나머지는 생산 판매대금등으로 조달할 예정이다. ­국내 일부에서는 해외투자가 산업공동화를 유발한다는 우려가 높은데.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해외에 자동차공장을 많이 짓다보니 엔진 트랜스미션등 부품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이로인해 국내에서 자동차 부품을 거의 1백% 현지에 수출, 공급하고 있다. 또 낙후시설을 해외로 옮기고 국내에서는 고부가 첨단 제품을 생산하기 때문에 산업공동화 우려는 기우다. 오히려 낙후설비를 해외로 이전하기 때문에 바람직한 측면도 많다. 특히 조립에 필요한 설비와 부품도 수출하기 때문에 수출유발효과도 적지 않다.<이의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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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의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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