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바람직한 공공갈등 해법

원창희 한국기술교육대 고용노동연수원 교수


우리는 살면서 늘 크고 작은 갈등을 접하게 된다. 대부분의 갈등은 해결되지만 어떤 갈등은 잘 해결되지 않고 오래도록 지속되기도 하고 해결되지 못한 채로 넘어가기도 한다.

지난해부터 사회적으로 커다란 공공갈등이 봇물처럼 터져 나왔다. 밀양송전탑을 둘러싼 한전과 주민 간 갈등과 수서발KTX의 노사 대립, 의사협회와 보건복지부 사이 갈등은 완전한 형태로 해결되지 못한 상태에서 현재 표면적으로는 잠잠하나 또다시 수면 위로 올라올 가능성이 높다.


나와 다른 상대방 입장 인정부터

공공기관 개혁을 둘러싼 노정갈등은 벌써 나타나고 있어서 앞으로 얼마나 강하게, 얼마나 오랫동안, 얼마나 넓게 확산될지 걱정스럽다.


우리 국민이 느끼는 공공갈등에 대한 의식조사를 보면 흥미롭다. 지난해 말 경실련 갈등해소센터에서 실시한 의식조사에서 공공갈등이 발생하는 이유는 '갈등 당사자 간 실질적 입장 차이나 이해 대립'이 74.7%로 압도적으로 높고 '갈등해결을 위한 법과 제도 부족'이 12.8%, '갈등당사자 간 소통 부족' 12.5%으로 나타났다. 우리가 흔히 갈등이 일어나면 '소통이 안 돼서 그렇다'고 쉽게 판단하곤 한다. 실제 사람들은 갈등이 발생하는 이유가 소통이나 제도 미비라기보다 당사자 간 입장 차이로 발생한다고 느끼고 있음을 볼 때 갈등 자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발생할 수 있는 것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특히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문제일수록 이해관계 당사자들 간에 입장 차이가 당연하게 발생할 수 있다.

관련기사



그렇다면 많은 사회 공공갈등을 볼 때 그것이 잘못된 문제라거나 입장을 달리하는 정부나 공공기관이나 노동조합 또는 이익단체나 누구를 탓할 문제가 아니다.

어떤 갈등이라도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선 갈등해결원칙의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먼저 갈등이 발생했을 때 그 갈등의 존재를 인정하고 상대방의 입장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정부나 공공기관은 주민이나 근로자의 관심과 우려를 충분히 이해해야 하고 반대로 주민이나 근로자는 정부나 공공기관의 관심과 정책 방향을 잘 이해해야 한다.

그러나 이런 과정과 방법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갈등 당사자들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운 경우 전문 조정중재인을 활용해야 한다. 권력 있거나 학식이 있는 다수의 사람을 중재단으로 만들기보다 조정중재전문가에게 의뢰하는 편이 훨씬 효과적이다. 이것은 조정중재전문가는 앞에서 말한 갈등해결 과정을 만들어나가는데 전문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주의할 일은 갈등당사자 외의 외부단체는 배제해야 한다. 이해관계가 있는 집단이라면 협상구조 내 당사자로 들어와야 한다.

외부세력 배제 조정중재전문가 활용을

옛말에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 막는다는 속담이 있다. 갈등 초기 단계에서 조기해결을 위한 노력을 못하면 갈등이 증폭하고 분쟁으로 비화돼 치러야 할 비용과 부담이 엄청나게 커진다. 외부세력을 동원해 저항하거나 권력이나 힘으로 해결하려고 한다면 더 큰 사회적 비용을 지불해야 할 것이다. 더 슬기로운 방법은 갈등을 예방하는 것이다. 정책이나 방향을 수립하기 전에 갈등이 예상되는 경우 그에 해당하는 이해관계당사자들과의 협의가 제일 좋은 방법이다. 점차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고 있어서 그의 눈높이에 맞는 갈등의 해결과 예방이 필요할 것이다. 바로 이러한 합리적 갈등대처 방법이야말로 우리 사회를 선진국으로 도약시키는 길이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