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더블 클릭] 화장실의 법칙

송영규 논설위원


공중 화장실에서 줄을 서서 기다릴 때면 누구나 한번씩 하는 불평이 있다. '왜 이렇게 안 나오는 거야.' 하지만 정작 자신이 들어가면 다른 사람의 심정은 헤아리지 않는 경우가 태반. 뒷간 갈 때와 나올 때 다르다는 말은 상황에 따라 변하는 인간의 심리를 족집게처럼 집어낸 경험 속의 명구다.


△쉽게 흔들리고 때론 간사한 인간 심리는 천사도 악마로 바꿔놓는다. 16세기 전 유럽에서 설탕은 첨가물 아닌 의약품으로 통했다. 만성적인 영양부족에 시달리던 대다수 사람들에게 고칼로리의 설탕은 대부분의 경우 효과가 있었기 때문. 결핵으로 고열을 앓던 환자에게 해열제로 설탕에 절인 장미꽃잎을 먹였다는 기록도 있다. 부족할 땐 소중했던 설탕이 풍족하다 못해 넘치게 된 현대에 이르러서는 당뇨와 고혈압 같은 병의 근원으로 취급받는다. 설탕에 감정이 있다면 나이 들어 버림받은 연인의 심정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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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도 예외는 아니다. 혁신은 보수가 되고 개방도 폐쇄로 변하기 일쑤. 1975년 몇몇 컴퓨터 마니아가 미국 프로그래머인 고든 프렌치의 차고에 모여 '홈브루컴퓨터클럽(Homebrew computer club)'이라는 모임을 만들었다. 목적은 정부가 독점하는 컴퓨터의 대중화. 애플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와 스티브 워즈니악도 회원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애플은 시장을 지키려 특허전쟁을 남발하는 괴물이 됐다. 가진 것을 안 놓으려는 욕망은 혁신의 아이콘마저 고약한 존재로 바꿔버렸다.

△구글이 국내 이동통신사들에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에서 나오는 수익의 배분 비율을 기존 3%에서 15%로 높여 가져가겠다고 통보한 모양이다. 안드로이드 운용체제(OS)를 만들고 앱 장터를 만들겠다고 할 땐 그저 넣어만 달라고 부탁하는 처지였지만 이제 시장을 장악하고 나니 마음이 바뀐 탓일 터. 이통사로선 기껏 키워놓았더니 뒤통수를 맞은 꼴이다. 하지만 누구를 탓하랴. 기술 종속을 벗어나려는 노력은 하지 않고 그저 남만 바라본 게 국내 업체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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