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기관 실탄 부족… '팔자행진' 이어질듯

개인 투자자 펀드환매 부담… 11거래일째 순매도<br>펀드내 주식비중도 전고점 수준 추가 매입 어려워<br>당분간 박스권 장세… 실적호전 종목은 강세 전망"



기관투자가들이 무려 11거래일 연속 순매도 공세를 이어갔다. 이처럼 기관이 매도에 치중하는 바람에 증시도 큰 폭의 추가 상승을 이어가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관의 매도 공세에 대해서는 반가움과 아쉬움이 엇갈리는 분위기다. 주가 상승 여력이 떨어진 것은 아쉽지만 추세 상승을 위해서는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이를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증시 전문가들은 ▦주식 매수자금 부족 ▦펀드 내 주식비중 급증 등을 근거로 기관의 매도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실적이 뒷받침되는 일부 종목의 경우 기관도 매수에 가담함으로써 조정 국면에서도 차별적인 주가 흐름을 보일 것으로 기대되기도 한다. ◇기관의 매도랠리 가장 길어=20일 주식시장에서 기관투자가는 4,128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11거래일 연속 순매도로 지난 2007년 초 나타났던 최장기간 매도랠리와 같다. 그러나 매도강도는 더욱 거세다. 최근 11거래일 동안 팔아치운 물량은 총 3조8,445억원으로 2007년 매도랠리 기간 동안 내놓은 물량(1조8,346억원)보다 무려 2조원이나 많다. 기관은 특히 반등국면을 이용해 상대적으로 많이 오른 종목들을 대거 정리하고 있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순매도가 시작된 지난 6일부터 이날까지 기관은 규모면에서는 대형주(2조8,379억원), 업종별로는 제조업(1조4,641억원), 전기전자(4,326억원), 건설업(4,048억원), 철강금속(2,564억원) 등을 주로 처분했다. ◇펀드 환매 자금 마련하기 위해 매도=기관이 매도에 치중하는 것은 고육지책이다. 주가가 오를 것이라고 예상해도 주식을 매입할 자금이 부족해 ‘울며 겨자 먹기’로 보유주식을 처분한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투신의 전주 노릇을 하는 개인투자자들이 지수반등을 계기로 펀드환매에 나서고 있는 점이 가장 큰 부담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불과 2주 전까지만 해도 하루 평균 153억원의 자금이 국내 주식형펀드로 유입됐으나 지난주부터는 하루 평균 903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더욱이 펀드의 주식편입 비중이 전 고점 수준에 도달해 더 이상 주식을 매입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 국내 주식형펀드의 주식편입 비중은 92.76%(16일 기준)에 이른다. 이는 2008년 4월21일(92.59%) 이후 최고 수준이다. 자금사정에 여유가 있어도 주식편입 비중만 놓고 보면 추가적인 주식 매입이 쉽지 않다는 의미다. 김학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금은 투신권에서 돈이 빠져나가고 있는데다 주식편입 비중도 높은 상황이어서 기관투자가에 수급개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지수가 현 수준보다 더 올라서 주식기대치를 높이고 이에 따라 자금이 들어오기 전까지는 기관의 매도기조는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실적 호전 종목은 강세 이어갈 듯=전문가들은 기관 순매도 공세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주가는 당분간 박스권 장세에 머물 것으로 예측했다. 다만 지수상승 기대감이 여전한 상황이어서 일부 실적호전주의 경우 차별화된 주가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종목에 대해서는 기관도 매수에 가세할 가능성이 크다. 곽중보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IT 업종을 중심으로 기업들의 실적이 개선되고 있고 철강을 제외한 대부분 기업들의 실적 저점은 1ㆍ4분기라는 예측이 많다”며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실적기대치가 아주 낮았기 때문에 그 이상의 실적을 거둔 것으로 드러나면 추가적인 주가 상승을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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