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전쟁 부추기는 클라우제비츠형 인간

■왜 인간은 전쟁을 하는가(히로세 다카시 지음, 프로메테우스 출판사 펴냄 )


제 2차 세계 대전이 끝난 1945년 이후 인류는 얼마나 자주 전쟁을 했을까? 답은 '하루도 쉬지 않았다'이다. 일본 반핵평화운동가인 히로세 다카시가 매해 어떤 전쟁이 일어났는지 1945년부터 이 책의 개정판이 나온 1992년까지 세계에서 일어난 분쟁을 지도에 표시하는 '분쟁지도'를 작성한 결과 단 한 해도 비어 있는 지도가 없었다. 더욱 심각한 것은 분쟁이 해를 거듭할수록 과밀화되고 있었다. 인간은 왜 전쟁을 하는 걸까? 이에 대한 답을 내놓기는 쉽지 않다. 일본에서 '1인 대안언론'이라 불릴 만큼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폭력에 항거해온 평화활동가인 저자는 인간이 전쟁을 하는 이유를 알아내기 위해 전쟁의 특질을 풀어낸 19세기 프로이센의 군인 클라우제비츠의 저서 '전쟁론'을 펼쳐본다. '클라우제비츠의 암호'인 이 책의 원제가 드러내듯 저자는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에 담긴 전쟁의 본질을 통해 인간이 왜, 무엇을 이용해서, 누구의 지시를 받아 전쟁을 하며 누가 전쟁을 원하는지 암호를 해독하듯 파헤친다. 저자는 세상에 두 부류의 인간이 있다고 말한다. '클라우제비츠형 인간'과 톨스토이 소설에 등장하는 '바보 이반'같은 사람들이 그들이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전쟁이란 인간의 본성으로 인해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전쟁을 하고자 하는 의지를 가진 몇몇의 '클라우제비츠형 인간'때문에 발생했다. 클라우제비츠형 인간에겐 '적'을 만들어내는 특징이 있는데 이들은 '적'을 만들어내지 않고는 못 배긴다는 것이다. 그들에게 전쟁은 '사업'이었으며 그렇게 전 세계 군수 산업은 계속 번창해왔다는 것. 반면 '바보 이반'은 애초부터 국경도, 진영도 없어서 사실상 싸울 이유가 없는데 클라우제비츠형 인간이 이반을 부추기고 전장으로 몰아가서 피를 흘리게 한다는 것이다. "전쟁은 결단코 인간의 본성에 의한 결과가 아니다. 모든 분쟁의 역사 속에는 그것을 획책하고 논쟁적인 의사를 표방한 인물이 분명 떠오르게 마련이다. 따라서 제 2차 세계대전 후의 47년간의 분쟁사란 뒤집어 말한다면 곧 47년간의 분쟁 선동사였다고도 말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세계가 동양과 서양으로 나뉘어진 것이 아니라 '클라우제비츠형 인간'과 '바보 이반'으로 분리돼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이 전쟁을 막는 첫 번째 단계라고 저자는 말한다. 책의 초판은 1984년에 일본에서 출간됐으며 이번에 국내에서 출판되는 책은 개정판인 1992년에 나온 책을 번역한 것이다. 1만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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