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에 근무하는 이모 대리는 올해부터 점심 식사 후 습관처럼 가진 티타임 시간을 없앴다. '워크 다이어트' 캠페인을 통해 올해 중식 시간 1시간 엄수가 더욱 강화됐기 때문이다. 부서 회의도 '1시간 이하 원칙'을 준수해야 한다.정해진 시간을 지켜 업무 효율을 높임으로써 오후 6시 정시 퇴근을 해야 불필요한 야근 등으로 인한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것을 막을 수 있어서다.
국내 식품업계가 경영 화두를 지난해 '불황극복'에서 올해 '생존 경쟁'으로 삼고 다양한 방식으로 수익성 개선에 팔을 걷어 부쳤다. 소비 침체가 계속되는데다 대형마트 휴무에 따른 매출 감소가 더해지면서 지난해 주요 식품 기업들의 실적이 악화됐고 올해도 이 같은 추세가 이어져 방어 경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대상은 불투명한 경기 속에 소비 침체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모든 예산을 10%씩 삭감하며 비상경영체제를 가동했다. 대상 관계자는 "지난해 목표 달성에는 미흡했지만 비용 절감 노력을 통해 전년 대비 매출이 1.2%, 영업이익이 4.7% 성장했다"며 "다른 식품업체들에 비해 선전했다"고 평가했다. 대상은 심지어 PC모니터 끄기 생활화, 이면지 사용하기, 인쇄 용지 절약을 위한 분할 인쇄 등 세부적인 사항까지 워크 다이어트 캠페인 항목에 올려 놨다.
국내 식품업계 1위 기업인 CJ제일제당 역시 올해 '선택과 집중' 전략과 함께 지난해부터 시작한 구조혁신 활동을 이어나간다는 방침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대한통운 제외)이 7조 2,100억원으로 2012년보다 1.4% 오르는 데 그쳤고 영업이익은 3,466억원으로 30.8%나 감소했다. 이로써 CJ제일제당은 7종의 제품(알래스카연어, 프레시안볶음밥, 8아삭김치, 쁘띠첼미초·스윗푸딩, 해찬들 약고추장, 비비고)을 주력 제품으로 선정해 공격적인 영업·마케팅 활동을 펼친다. 또 각 지역의 유통매장마다 소비자·상권 등 다양한 특성을 반영한 타깃제품을 정해 입점시키는 맞춤형 공략에 나서기로 했다. 아울러 무리한 판촉 활동을 지양하는 한편 각 지역의 제조공장에서 원가절감을 위한 생산프로세스 최적화 작업도 이어나간다는 계획이다.
사조그룹은 CJ제일제당과의 같은 기조를 통해 2·4분기부터 불필요한 브랜드를 통폐합해 제품 다이어트에 나선다. 올해 모토를 '생존 역량 강화'로 삼고 긴축경영과 효율성 극대화로 불황을 타개해 나가기로 했다.
식자재유통·급식기업인 CJ프레시웨이 도 지난해 외식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아 영업이익이 대폭 악화되자 지난해 12월부터 전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경영효율성 개선 아이디어를 공모하는 '시스타(See Star)'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또 기존 사업에 대한 전면적인 진단을 통해 수익성 개선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동원F&B는 다음달 5일부로 '덴마크우유', '소와나무' 등의 유제품을 생산하는 자회사 동원데어리푸드를 합병한다. 별도 법인 운영에 따른 중복투자를 제거하고 관리비용을 절감하는 등 경영효율성 개선의 일환이다. 동원F&B는 공급망관리(SCM) 전문가로 알려진 박성칠 대표이사가 전사적으로 지휘한 수익성 개선 활동에 따라 주 단위 별로 판매·마케팅 계획을 수립해 재고와 함께 생산·보관 등에 따르는 낭비요인을 최대한 줄였고 올해도 이러한 활동을 지속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국내 식품기업들이 이렇다 할 신성장동력을 찾지 못하면서 수익성 개선 활동, 제품 가격인상 외에는 뚜렷한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며 "올해는 각 식품기업들의 경영이 한층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