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손톱 밑 가시 빼기 그 후


손톱 밑에 가시가 박히면 정말 성가시다. 성가신 건 참을 수 있는데 깊이 박힌 가시는 아프기까지 하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면서 중소기업만큼이나 가장 많이 언급된 말은 아마도 '손톱 밑 가시'일 것이다. 지극히 사소해 보이지만 몹시 괴로운 손톱 밑 가시처럼 우리 중소기업이 기업 성장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성장을 가로막는 잘못된 규제나 관행을 바로잡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기업 경영에 제약을 주는 불합리한 규제와 애로사항 해결을 위한 손톱 밑 가시 발굴이 실적주의에 휩싸여 원론적이고 형식적이라는 우려도 있다. 건의한 기업 입장에서 대부분 '장기검토' '수용곤란' '일부수용'이라는 답변을 들으면 그럴 법도 하다. 일례로 이노비즈협회가 손톱 밑 가시를 접수한 기업 중 한 곳은 관련 부처의 답변이 실망스러워 자료를 더 보완해 재건의할 예정이라고 한다. 건의사항에 대한 답변을 기업의 입맛에 맞출 필요는 없지만 어렵게 건의한 애로사항이 장기검토로 분류되거나 해결되지 않은 채 수용됐다는 답변을 듣게 된다면 자칫 불합리한 규제나 애로사항이 있어도 선뜻 나서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관점에서 손톱 밑 가시 빼기가 침체에 빠진 한국 경제를 살리는 활력소가 되기 위해서는 가시를 빼주는 단계에서 머물러선 안 되고 한 발짝 더 나아가야 한다. 첫째, 가시 하나 박힌 곳이라고 얕볼 게 아니다. 가시 박혔던 곳이 덧나지 않도록 확실히 완쾌될 때까지 봐줘야 한다. 그것이 불합리한 규제여서 개선됐다면 기업현장에서 그 규제가 확실히 없어졌는지 지속적으로 살펴봐야 한다. 해결되지 못한 사안이 있다면 사무실에서만 검토할 게 아니라 건의사항을 제출한 중소기업 현장에 직접 찾아가 함께 고민하고 설득하는 성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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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가시를 뽑으며 나무를 봤다면 이제 그 가시가 박히게 된 원인을 추적하는 숲을 둘러볼 차례다. 우리 중소기업이 직면한 문제를 큰 틀에서 바라보는 것이다. 새 정부 들어 초기 창업ㆍ벤처기업과 중견기업에 대한 제도 개선 및 지원정책은 하루가 멀게 쏟아져 나오는 반면 기술혁신형 중소기업은 창업ㆍ벤처기업과 중견기업 사이에서 외면받고 있다는 기업인들의 목소리가 있다.

기업도 인간의 성장 경로와 비슷해 창업만 돕는다고 능사가 아니다. 기업의 성장단계에 맞는 지원정책이 마련돼 예비 중견기업인 기술혁신형 중소기업을 중견기업으로 이어주는 기업 생태계까지 생각할 때다.

이제 필요한 것은 실질적이고 지속적인 가시 뽑기가 정부와 중소기업 단체, 그리고 중소기업 모두에 일상화되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이노비즈협회와 같은 중소기업 단체와 합동으로 현장의 어려움이나 국민 불편사항을 상시 발굴ㆍ개선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도 빼놓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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