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의 대체거래시스템(ATS) 도입 추진에 한국거래소(KRX)가 난처한 상황에 빠졌다. 당장 증권 거래 시장의 상당수를 뺏길 위기에 놓였지만 ATS가 글로벌 자본시장의 한 트렌드로 이미 자리 잡고 있다는 점에서 대놓고 반대할 수도 없는 입장이다. KRX는 국내자본 시장 발전을 위해 ATS 도입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자신들도 ATS에 참여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4일 KRX의 한 고위 관계자는 “ATS는 현재 글로벌 주요 국가에서 이미 활성화된 시장 형태로 국내 자본 시장 발전을 위해 도입이 필요하다”면서도 “다만 거래소도 ATS와 동등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제도적 여건을 만들어 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ATS란 상장주식 등에 대해 정규 거래소와 동일한 매매체결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체 거래시장으로 이미 미국 등 선진시장에서는 30% 안팎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일반화돼 있다. 특히 매매 체결 부문에만 전문화된 시스템을 갖춰 거래비용이나 체결 속도면에서 정규 거래소보다 우월한 경쟁력을 지니고 있다. 실제 글로벌 시장에서 진출해 있는 ATS의 경우 정규 거래소보다 거래 비용이 평균 3분의1 가량 적고, 매매 구조ㆍ매매 주식의 단순화 등으로 체결 속도 또한 상대적으로 빨라 대량 거래를 주로 하는 기관 투자자들이 주로 이용하고 있다. 지천삼 KRX 매매제도팀장은 “ATS는 매매 체결만을 전문화한 시스템으로 거래 비용 및 속도 면에서 유리할 수밖에 없다”며 “다양한 시장 관리 기능을 수행해야 하는 KRX로선 경쟁 면에서 열위에 놓여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재 금융당국은 ATS가 글로벌 시장에서 확산 추세에 있는 데다 다양한 형태의 거래 시스템 보장을 위해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KRX는 ATS를 별도 사업화하거나 자회사로 둘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여건을 마련해 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글로벌 시장에 진출한 ATS는 ▦정규 거래소의 자회사형 ▦복수 증권사로 이뤄진 컨소시엄형 ▦독립 업체형 등 3가지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금융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현재는 금융투자상품 유통시장의 경쟁을 활성화하기 위한 방편으로 ATS 도입이 검토되고 있는 단계”라며 “구체적인 도입 형태는 좀 더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