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원전부품 품질보증서 위조다. 나사 하나, 못 하나라도 확실하고 안전한 제품이 사용돼야 할 원전부품에 10년 동안 가짜로 보증된 제품이 사용됐다. 5일 지식경제부는 국내 8개 원전부품 납품업자들이 지난 2003년부터 올해까지 10년 동안 60건의 해외품질보증서를 위조해 237개 품목에 걸쳐 총 7,682개 제품을 납품했다고 밝혔다. 이것도 전체 전수조사에 따른 것이 아니고 UCI라는 미국 검증기관 한 곳의 보증서만 따져본 결과다. 다른 검증기관의 보증서는 샘플조사만 실시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품질보증서 전수조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혀 앞으로 추가 위조사례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
한수원에 따르면 이번 조사착수 배경은 납품업체 관계자의 제보에 의한 것이다. 제보가 없었다면 지난 10년 동안 그랬듯이 아무 문제 없이 그냥 묻혀 지나갔을 것이 분명하다. 그것은 또한 한수원 내부직원의 공모나 묵인 담합 가담 가능성을 크게 한다.
이번 사건은 그간의 원전비리가 얼마나 견고하고 구조적이었나를 말해준다. 원전비리의 상당 부분은 원자력 기술의 전문성을 이유로 한 한수원 등 원전 관련조직의 폐쇄성에 기인한다. 이들은 원전의 위험성과 전문성을 이유로 수십년간 자신들만의 왕국을 건설해왔다. 그 안에서는 온갖 비리와 사고가 일어나도 폐쇄적인 군대식 문화 때문에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다. 올 들어 발생한 정전사고 은폐, 각종 뇌물수수와 간부구속ㆍ마약사건은 물론 이번 품질보증서 위조사건 역시 그런 후진적 문화의 산물이다. 10년 동안 위조보증서가 횡행했는데도 내부에서 아무도 이를 고발하지 않았다.
안전한 원전을 위해서는 원전 관련조직의 폐쇄성과 압제적 조직문화를 혁신해야 한다. 한수원은 6월 김균섭 사장 취임 이후 대대적인 개혁작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낡은 조직문화는 단기간에 뜯어고치기 어렵다. 불도저처럼 지속적으로 개혁을 밀어붙이면서 결과를 수시로 공개해 외부의 성원도 얻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