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어음(CP) 시장은 기업의 보편적인 단기 자금조달 창구지만 사실상 제 기능을 잃어버린 상태다. 사실상의 ‘빙하기’다.
현재 CP 시장 규모는 잔액기준으로 75조원으로 이중 투자등급인 A등급 업체가 80~90%를 차지하고 있다. 투기등급인 BㆍCㆍD 업체의 비중은 미미하다.
문제는 투신ㆍ은행의 매수세력 감소로 발행이나 거래가 자취를 감췄다는 것이다. 그나마 거래도 초우량 등급인 A1 위주로 진행되고 있다. 지난 6월 말 기준 65%였던 A1 등급의 거래비중은 11월 72%까지 크게 늘었다.
반면 A2업체의 경우 발행액보다 순상환되는 규모가 커지고 있다. 우량기업에만 자금이 몰리고 정작 돈이 필요한 중견 업체들은 단기 유동성도 구하지 못해 자금압박에 시달리고 있다는 의미다.
거래실종도 문제지만 높은 금리도 기업입장에서는 큰 부담이다. 91일물 CP 금리는 지난달 초 7.39%에서 이달 21일 현재 6.72%로 다소 낮아졌지만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나 한은의 기준금리 하락폭에 비해서는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자금조달이 시급한 중견 업체들이 아닌 장기 자금조달이 가능한 우량 업체들이 CP 시장을 독식하고 있는데다 고시금리마저 현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CP 시장의 기능을 방치할 경우 기업 자금줄에 재앙이 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