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파이낸셜 포커스] 여론따라 춤추는 규제 리스크로 투자 망설여

해외 IR 현장서 느낀 금융사들의 고충<br>수수료인하·고배당 자제등 예상못한 조치로 부정적<br>"저축銀 인수도 압력" 인식 금융사 주가저평가 요인도


KB금융지주는 지난 8일부터 11일까지 영국 런던에서 기업설명회(IR)를 했다. 이 자리에서 외국인 투자가들은 한국의 '규제 리스크(Regulation Risk)'를 집중적으로 질문했다. 금융 당국의 수수료 인하 압박, 부실 저축은행 인수 등 예상하지 못한 요인이 너무 자주 발생한다는 것이었다. KB금융의 관계자는 "수수료 인하 같은 규제 리스크에 대한 질문이 1번이었고 또 가장 많았다"고 했다. 우리 금융회사들이 이른바 '규제 리스크'에 울상을 짓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에 이어 월가 시위가 이어지면서 금융회사에 대한 금융 당국의 간섭이 심해지고 그만큼 규제가 강화하면서 주요 해외 투자가들이 예상하지 않은 당국의 각종 조치가 수익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줄지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금융회사들은 유럽 재정위기가 주요 원인이지만 이 같은 문제가 주가하락을 부추기고 있다며 속을 태우고 있다. ◇외국인, 한국 규제 리스크 크다=해외 투자가들은 한국의 금융정책이 여론에 따라 춤추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많다고 해외를 다녀온 금융회사 고위 관계자들은 전했다. 당장 수수료 문제만 하더라도 여론이 악화하자 금융 당국이 서둘러 내놓은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한 금융지주회사 관계자는 "국내보다 정보가 제한돼 있어 수수료 인하 등이 대폭 이뤄지는 것으로 오해하기도 한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KB금융지주의 한 관계자는 "수수료 인하로 인한 손실 금액이 얼마나 되는지 이 같은 규제 리스크가 언제까지 어느 항목까지 미칠 것인지 해외 투자가들이 궁금해한다"며 "회사의 펀더멘털이 아닌 외적인 부분이 주가에 안 좋은 영향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신한금융지주도 억울하기는 마찬가지다. 신한금융의 경우도 해외 투자가들을 만날 때마다 갑작스러운 금융 당국의 조치에 따른 영향을 묻는 사례가 많다. 신한금융지주의 고위관계자는 "부실 저축은행 인수의 경우 부실자산을 다 떠안는 것인지, 금융 당국의 의도에 따라 더 하게 되는 것인지 등을 해외에서 주로 묻는다"며 "인수하게 되는 저축은행은 자산부채이전방식(P&A)으로 해 큰 부담이 없다고 한참을 설명해야 한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금융 당국에서 고배당을 자제하라고 계속 하는 것에 대해서도 진의가 무엇인지와 배당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대해 묻는 사례가 많다"고 덧붙였다. 부실 저축은행 인수도 모양새는 '자율'이지만 금융지주사들이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하나씩 떠안는 형태라고 해외 투자가들은 생각한다고 지주회사 관계자들은 전했다. ◇오럴리스크냐 정당한 조치냐=주요 금융지주사들은 외국인 지분율이 높다. KB금융이 약 63%, 신한금융은 약 61% 수준이다. 하나금융도 약 59%에 달한다. 그만큼 금융지주사들은 해외 투자가들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다. 금융지주사의 관계자는 "금융 당국은 각종 규제조치를 내놓고 배당 자제 등을 언급하지만 외국인 입장에서는 이 같은 예기치 못한 규제야 말로 투자를 가로 막는 핵심 요인"이라고 말했다. 현재 KB금융의 경우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78로 1이 안 된다. 신한도 PBR는 0.87 수준이다. PBR가 1보다 낮다는 것은 주가가 저평가돼 있다는 뜻이다. 물론 금융 당국의 입장은 다르다. 금융 당국의 고위관계자는 "고배당 자제와 수수료 문제 등은 금융시장 전체를 책임지는 당국 입장에서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이라며 "수수료의 경우 비합리적인 부분을 바로잡으라고 했던 것이지 무조건적인 인하를 요구했던 게 아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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