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실

'중도 지향하는 좌파 출신 우파 이론가' 박형준 국회 사무총장

"좌·우파 합의와 타협 통해 '공진국가' 만들어야"

협치 위해 개헌·선거구제 개편 필수

자유·협력적 경쟁 가치 존중하고 극좌·극우로 국민 현혹해선 안돼

현 정부 '통일 대박' 위해서 北 인도적 지원·경제협력을


"네 영혼을 판 것이냐." 우파의 이론가로 손꼽히는 박형준(54·사진) 국회 사무총장이 지난 2004년 총선에서 한나라당 의원으로 당선되던 날 친구가 찾아와 한 말이다. 유신독재가 절정을 부리던 1978년 대학에 들어가 학생운동과 이후 민주화운동을 같이했던 그는 박 총장의 변신을 힐난하며 가슴 아파했다.

하지만 박 총장은 최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제가 갑자기 우파로 전향한 게 아니고 늘 글을 써 이념 변화를 밝혀왔으며 지금도 중도를 지향하고 좌파에도 열려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명박 정권 당시 청와대에서 홍보기획관·정무수석·사회특보 등을 맡으며 개혁적 보수로서 '친서민 중도 실용주의' '공정사회' '공생발전' 등의 중도 캐치프레이즈를 내놓으며 주목을 받았다. 물론 이명박 정부가 남북관계나 경제에서 보수 우파의 길을 걸었지만 중도로 끌어들이기 위한 노력을 많이 했다.


박 총장은 1990년대 초까지도 '좌파 글잡이'로서 이름을 숨기고 필명으로 운동권 서적도 꽤 출판했다. 하지만 "대학원에 다닐 때까지도 마르크스주의에 매료돼 있으면서도 이상주의자인 마르크스보다 현실주의자인 막스 베버가 더 맞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종종 했다"고 말했다. 자연스레 주사파에 대해서는 "이건 아니다"라며 철저히 선을 그었고 1990년대 초 소련과 동유럽의 사회주의 몰락을 보고 점차 중도우파 시민운동으로 돌아섰다. 기자 생활을 거쳐 1991년 동아대 사회학과 교수가 된 뒤 '부산 경실련' 창립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나라정책연구원' 활동을 하며 김영삼 정부의 대통령 자문 정책기획위원으로서 세계화·정보화 작업에도 깊이 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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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통화기금(IMF) 위기를 겪고 국가경영에서 비전 못지않게 '과정의 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달았지요. 시대정신을 부여잡고 정치력을 발휘해 잘못된 것과 기득권은 버리는 용기와 결단력 등이 필수적이죠."

특히 그는 박정희 정권부터 내려온 계몽적 리더십과 강력한 동원 체제를 축으로 하는 '발전국가' 모델로는 더는 복잡다단한 사회를 발전시키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을 절감했다. "그렇다고 당장 서구형 복지국가 모델로 가는 것보다는 큐브게임을 하듯이 사회적 합의와 정치적 타협을 통해 국가를 경영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최근 박 총장은 '함께 나아가자'는 의미의 공진국가(共進國家)를 화두로 내세웠다. 자유와 협력적 경쟁의 가치를 존중하되 진영논리를 뛰어넘어 질적 성장과 혁신, 정치·사회적 합의, 공감과 배려, 삶의 질 개선 등을 추구하자는 것이다. 그가 최근 저출산 고령화와 통일 등 중장기 과제를 연구하기 위한 싱크탱크(국가미래연구원) 설립법안을 내년 2월 임시국회 통과를 목표로 국회에 제출한 것도 이 때문이다.

"무엇보다 적대 정치를 끝내기 위한 개헌과 선거구제 개편이 필수적입니다. 청와대도 '경제 블랙홀'이라며 개헌 논의를 막는데 적대적 정치를 끝내고 협치를 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을 고민해야 합니다."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주인공이 블랙홀을 통과한 뒤 중력의 비밀을 풀어낸 것처럼 대전환기에 백가쟁명을 거쳐 사회적 합의를 끌어낼 수 있는 시스템을 도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분권형 대통령제·내각제를 거쳐 내각제로 가는 권력구조 개편(개헌)과 중·대선거구제와 권역별 비례대표제 등 선거구제 개편을 강조했다. 진보와 보수의 극단에서 국민을 현혹하는 정치인이나 정책은 안 되고 복지도 계단식으로 해야 한다는 게 그의 소신이다. 남북관계에 대해서도 "이명박 정부에서 조금만 유연성을 발휘했으면 남북 정상회담이 성사됐을 텐데 참 아쉽다"며 "현 정부도 '통일 대박'에 맞게 대북 인도적 지원과 경제협력 등 공진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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