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신한금융, 신뢰 회복·세대교체 등 과제…창립세대를 '구원투수'로 선택

[신한금융 회장 한동우씨 내정] 내정 배경·전망<br>내부사정 정통한 화합형 리더… '뉴신한 건설' 적임자 판단한듯<br>이사진 개편등 조직쇄신 과정, 진통 극복할 경륜 발휘해야


"매일 출근할 때마다 혼낼 사람 두 명, 칭찬할 사람 두 명을 고민한다." 신한금융지주가 14일 차기 회장 후보로 사실상 내정한 한동우 전 신한생명 부회장의 일화 중 한 토막이다. 조직을 이끌어갈 때 일벌백계로 군기를 잡으면서도 군계일학을 발굴해 임직원들에게 본보기를 세우는 한 내정자만의 노하우다. 신한지주는 과거 경영진 분쟁을 매듭짓고 전열을 추스를 차기 '뉴 신한'의 새 얼굴로 옛 사령탑을 불러들였다. '구관이 명관'이기 때문일까. 한 내정자는 구멍가게 같던 신한은행을 오늘날 대규모 금융그룹으로 키운 창립세대의 일원이다. 그만큼 그룹의 내부 사정에 정통하고 임직원들의 신망이 두터워 경영의 안정을 회복하는 데 적임자라는 게 금융권의 평가다. 이르면 오는 3월 말 주주총회를 거쳐 취임할 한 내정자에게는 첫 걸음부터 가파른 계단들이 놓여 있다. 창업세대가 스스로 이룬 업적에 도취돼 경영권 다툼에 몰두하면서 무너뜨린 그룹의 신뢰를 다시 찾아야 한다. 아울러 지난 30여년간 창업세대의 그늘에 가려 빛을 보지 못했던 후진들을 차기 경영인으로 적극 끌어내 세대교체의 기틀을 다져야 하는 중임도 맡았다. 금융권은 '화합형 리더'인 한 내정자가 새 세대 잉태를 위한 플랫폼 역할을 훌륭히 수행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구원투수로 복귀하다=한 내정자는 이미 신한은행 임원 시절부터 라응찬 전 신한지주 회장을 이을 차세대 유망주 4인에 꼽혔던 인물. 신상훈 전 신한지주 사장, 홍성균 신한카드 부회장, 이동걸 전 신한금융투자 부회장과 더불어 이른바 '신한 4룡'으로 꼽혔다. 각각 1947~1948년생인 이들은 출생지도가 영호남과 충청도 등으로 갈리고 출신대학도 달라 지연ㆍ학연으로도 라이벌 관계였다. 한 내정자는 부서장 시절 인사부터 기획까지 아우르며 초창기 신한은행의 토대를 닦았고 개인영업 부행장 시절에도 높은 실적을 쌓아 4룡 중에서도 단연 으뜸으로 꼽혔지만 라 전 회장의 선택은 신 전 사장이었다. 비교적 묵묵히 일했던 신 전 사장의 캐릭터에 영남 태생의 신한은행이 더욱 성장하기 위한 정치적 지형, 호남 지역과의 관계 등도 고려됐을 것이라는 게 금융권의 분석이다. 이후 신한생명 대표이사 사장과 부회장을 역임한 홍 전 부회장이 지난 2009년 은퇴하면서 신 전 사장의 독주로 마감하는 모습이었지만 사상 초유의 신한사태가 터지면서 급물살을 타기 시작해 결국 1년 반 만에 4룡의 위상이 뒤집어졌다. 신 전 사장 대신 신한지주를 이끌 구원투수로 복귀한 한 내정자는 관치 인사의 낙하산식 입성을 체질적으로 거부해온 신한금융그룹 자회사 노조들을 달래기에도 적임자로 평가된다. ◇새 술은 새 부대에=화합형 리더인 한 내정자에게는 하나의 큰 도전이 있다. 새 틀에 맞게 새 진용을 짜는 것이다. 그런데 가지치기식 조직개편은 조직의 쇄신을 기약할 수 있는 반면 화합을 저해할 수 있다. 이 부분이 한 내정자가 짊어져야 할 고민이다. 그러나 어려운 임무임에도 불구하고 한 내정자는 이를 수행해야 한다. 기존 경영진 갈등으로 훼손된 그룹의 대외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선 불가피하다. 이 같은 새 판짜기는 우선 경영진에서부터 솔선수범하도록 한 내정자가 경륜을 발휘해야 한다. 우선 이사진의 개편을 설득해야 한다. 지난해 말 경영진 갈등의 주인공인 라 전 회장, 신 전 사장, 이백순 전 신한은행장이 모두 상임이사직을 유지하고 있다. 이 가운데 신 전 사장이야 임기가 3월 말로 끝나지만 라 전 회장은 2012년 3월, 이 전 행장은 내년 3월까지 임기가 보장돼 있다. 나머지 9명의 사외이사는 3월 임기를 마치지만 일부 연임될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이 중 대다수가 연임자다. 이들 사외이사도 경영진 갈등을 일으킨 3인방과 한 배를 탔다고 봐야 한다는 게 금융권의 중론이다. 새 이사진을 짤 때는 세대교체를 위한 후계구도를 염두에 둬야 한다. 과거 '라응찬-신상훈-이백순'으로 이어졌던 그룹의 사령탑은 '한 내정자-이재오 신한카드 사장-서진원 신한은행장'으로 교체됐지만 이들 후임 사령탑도 모두 신 전 사장과 같은 창업세대다. 창업세대는 오늘날 그룹을 만든 주역이지만 그 그림자에 후진들이 가려졌고 그 결과 신한지주는 인사적체 속에 노령화되고 몸집만 비대해졌다. 금융권은 한 내정자가 화합과 쇄신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훌륭히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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