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60년 이산의 한, 11시간 만남으로 풀 수 있겠나

3년4개월 만에 이뤄진 이산가족 1차 상봉이 2박3일의 짧은 일정을 아쉬움 속에 마쳤다. 다시 만난다는 기약 없이 북한에 남겨진 형을 보며 버스 안에서 오열하는 50대 동생, 남으로 떠나가는 딸을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로 보내는 북의 어머니를 보면 이산가족이 겪고 있는 생이별의 한이 뼛속 깊이 느껴진다. 60여년이라는 기나긴 세월을 기다렸건만 불과 11시간만 같이 보내고 또 헤어져야 하는 아픔을 어찌 말로 표현할까.


상봉한 82명은 그나마 다행이다. 등록된 이산가족 중 우리 측 생존자는 7만1,480명. 100명씩 진행하는 현재 방식으로는 모두 가족을 한번이라도 만나는 게 불가능하다. '로또상봉'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하물며 전체의 80%를 넘는, 생을 얼마 안 남긴 70대 고령자의 안타까움은 더할 수밖에 없다. 규모와 횟수를 늘리고 상설화하기 위한 방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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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 모든 게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이산가족 문제를 정치적 요인을 배제한 채 인도적 차원에서만 바라봐야 한다고는 하나 현실적이지 않다.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북한에는 상봉준비 자체가 큰 부담일 수 있다. 생활수준이 월등히 높은 남측 가족과의 만남 자체가 북한 체제에 위협이 될지도 모른다. 이산가족과 정치·경제를 떨어뜨려 볼 수 없다는 의미다.

상봉규모와 횟수 확대가 힘들다면 최소한 고령자 중심의 특별상봉이라도 성사시킬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북한의 적극적인 협조를 끌어내는 게 중요하다.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이 유연해져야 하는 이유다. 천안함 폭침 이후 3년9개월간 지속돼온 5·24조치를 단계적으로 해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금강산관광 재개, 경제협력 확대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도 필요하다. 서두르지 않는다면 생이별한 혈육 만나기만 기다리다가 생을 마감하는 비극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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