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12월 27일] 화랑에 밀린 국립미술관

미술 전문 월간지인 아트프라이스와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가 최근 발표한 '한국 미술계의 힘'에서 올해 국내 미술계에 가장 영향력이 큰 인물로 박명자(67) 갤러리현대 회장이 선정됐다. 이는 지난 1년간 미술관ㆍ화랑ㆍ비엔날레ㆍ아트페어 등지에서 미술작가와 관람객 등 7,384명을 대상으로 집계한 결과로 국내 미술계에서는 비교적 공인된 조사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소위 화상(畵商)이라 불리는 화랑 대표가 국공립미술관 관장보다 더 나은 평가를 받았다는 점이다. 국내 유일의 국립미술관인 국립현대미술관의 배순훈 관장은 겨우 10위에 이름을 올렸다. 사립미술관인 삼성미술관 리움의 홍라희 전 관장(2위)이나 이호재 가나아트센터 회장(4위), 표미선 한국화랑협회 회장(6위)에게도 순위에서 밀렸다. 경매회사를 운영하는 김순응 K옥션 대표(8위)와 이학준 서울옥션 대표(9위), 이두식 부산비엔날레 운영위원장(7위)보다도 낮다. 국공립기관으로는 3위인 유희영 서울시립미술관 관장과 5위인 오광수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이 체면을 지켰다. 가고 싶은 미술관 순위에서도 국립현대미술관은 서울시립미술관과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 삼성미술관 리움에 이어 4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3위에서 올해 활동을 재개한 리움에게 자리를 내준 셈이다. 배순훈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은 최고경영자(CEO) 출신으로는 처음 국립현대미술관장에 임명돼 '탱크주의'라는 별명처럼 미술계에 활력을 불어넣고 미술관 국제화를 추진할 것이라는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취임 이후 2년에 가까운 기간에 눈에 띄는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월 이명박 대통령이 천명한 소격동 옛 기무사 터에 서울분관 건립, 미술관 특수 법인화 등 대형 과제를 추진하고 있지만 미술관 본연의 역할만을 놓고 보면 냉정한 평가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 같다. 새해 전시 계획의 경우에도 해외 기관과의 교류전 외에 국립미술관의 위상에 맞는 특별히 눈길을 끄는 행사가 없다. 물론 인적ㆍ재정적 부족을 탓할 수 있겠지만 이는 여타 국공립 미술관과 영세한 화랑들도 마찬가지인 문제다. 내년에는 약진해서 "그래도 국립미술관이 뭐가 달라도 다르다"는 평가가 나오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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