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가 되면 '인구배당금(demographic dividend)' 효과가 사라진다. 배당금 효과는 젊은 인구의 비중이 높아서 부양 받을 사람에 비해 생산에 종사하는 사람이 많을 때 발생한다. 노동공급이 많아지면서 경제가 1차적으로 성장하고 소득증가로 저축이 많아져 자본이 축적되면서 2차적으로 성장한다. 우리나라는 지난 1990년부터 대략 25년 정도 이 효과를 누려왔으나 이제는 베이비부머의 고령화와 함께 오히려 인구배당금의 역습을 받을 처지에 있다. 거대한 생산층은 피부양층이 되고 소득이 줄어들어 소비와 저축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런 변화를 생산적인 방향으로 전환하면 또 다른 인구배당금 효과를 노릴 수 있다. 고령층의 고용을 통해 피부양층을 생산층으로 전환하는 방법이다. 일본 등 고령 국가에서 노력하고 있지만 고용시장을 둘러싼 젊은 세대와의 충돌 등 문제들도 있다. 또 하나의 방법은 이들 연령층이 축적한 금융자산을 생산적으로 만드는 방법이다. 돈이 투자라는 통로로 흘러가게 하는 방법이다. 특히 고령화로 저성장이 되면 금리 역시 낮아지는데 이때 예금이나 채권에 금융자산을 놓아두면 효율성이 많이 떨어진다.
우리나라는 어떤 상황인가. 은행의 예금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발발 전 600조원 수준에서 이제는 1,100조원으로 급격히 증가했다. 기업의 현금 및 단기성 자산 역시 글로벌 금융위기 전 40조원 수준에서 100조원 수준이 됐다. 보험사는 10년 동안 채권자산이 70조원에서 290조원으로 무려 220조원이 증가했다. 증권사도 채권자산이 2009년 70조원 수준에서 150조원 대로 껑충 뛰었다. 200조원에 이르는 사적연금도 대부분이 원리금 보장상품이다. 이렇다 보니 사적연금에서 해외 자산비중은 1%도 되지 않는다.
가계·기업·금융기관 모두 돈이 투자보다는 예금이나 채권으로 들어가 있다. 예금이나 채권은 성장 가능성에 대한 투자라기보다는 확정된 금리만 받는다. 야성이 있는 젊은 돈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돈이 늙어가고 있다. 고령화로 인구 보너스(bonus)가 인구 오너스(onus·부담)로 바뀌어 가는 상황에서 이를 완화하기는커녕 더 악화시키는 구조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구조에서 2차 인구배당금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고령화는 피할 수 없다. 다만 국가가 늙어가도 돈은 젊어서 다른 젊은 국가에 투자를 하는 등 고령화에 따른 부작용을 완화해야 한다. 과거에는 식민지를 통해 다른 나라의 부를 가져왔지만 이제는 그 나라 자산을 사기만 하면 된다. 돈의 조로(早老) 현상에 대해 금융기관 스스로도 반성해봐야 하며 자산운용 규제도 새로운 환경에 맞게 바뀌어야 한다. 국가는 늙어도 돈은 젊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