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3월 31일] 국정원 직원도 승진 위해 열공(?)

“국가정보원 직원들도 승진을 위해서는 다른 공무원들과 똑같은 것 같더라.” 한 모임에서 만났던 모 부처 공무원이 기자에게 한 말이다. 최근 한 달 동안 국가정보원 6급 직원들은 고3 수험생만큼이나 힘들었다고 한다. 주말과 휴일을 반납한 지도 오래다. 이유인즉슨, 지난 27일 치러진 5급 승진시험을 위해 시험공부에 매달렸기 때문이다. 국가정보원직원법 제10조에 따르면 6급 직원을 5급 직원으로 승진 임용하는 경우에는 승진시험을 치러야 한다. 또 국가정보원직원법 시행령 제12조에 의해 승진시험은 필기시험에 의해 실시한다고 돼 있다. 이로 인해 승진대상자인 6급 직원들은 이맘때가 되면 시험준비로 열공에 빠진다는 것. 문제는 이들 6급 직원들이 시험준비에 열을 올리면서 업무공백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승진대상자가 있는 부서에서는 묵시적으로 보통 한 달 전부터 시험준비를 할 수 있도록 배려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근무시간 중 시험준비에 매달리면서 업무공백을 비롯해 근무태만을 초래하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 모임에 참석했던 다른 부처의 한 공무원도 “최근 2주 정도 우리 부처를 담당하는 국정원 직원이 잘 보이지 않고 급하게 연락해도 전화통화가 안돼 무슨 일인가 싶었는데 주위 얘기를 들어보니 시험준비를 하느라 잠수해서 그랬다”며 국정원 직원들의 승진시험 준비 열기를 전했다. 특히 국정원이 정보기관이라는 특성 때문에 외근하는 직원들이 많은 부서의 경우, 내근부서보다는 자유롭게 근무시간에 독서실이나 도서관 등에서 시험준비를 할 수 있어 부작용은 훨씬 클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일반직 공무원이나 경찰ㆍ소방직 공무원들이 매년 승진시험 준비로 인한 업무공백 때문에 ‘공직기강 해이’라는 지적을 받는 것과 유사한 행태를 연출하는 셈이다. 승진 앞에서는 장사가 없는 것 같다. 무엇보다 음지에서 묵묵하게 일하는 줄 알았던 국정원 직원들도 승진을 위해 열공에 빠진다는 사실은 국정원이 원훈으로 내세운 ‘자유와 진리를 향한 무명(無名)의 헌신’과는 무관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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