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글로벌 위기 속에서도 대한민국 경제의 방파제 역할을 했던 국가재정이 흔들리고 있다. 나랏빚 가운데서도 악성으로 꼽히는 '적자성 채무' 증가폭이 박근혜 정부 기간 중 모두 82조원대에 달하게 돼 사상 최대(87조원)에 근접, 이를 초과하는 것도 시간문제다. 더욱이 적자성 채무 증가속도는 현 정부 들어 재정수입 증가율을 추월해 정부의 부채상환 능력까지도 점진적으로 위협하고 있다.
29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관련 국가통계가 작성된 후 역대 정부의 적자성 채무 추이를 집계해본 결과 현 정부 임기 5년간 적자성 채무 증가폭은 82조4,000억원에 달해 사상 최대치에 5조원 차이로 근접했다.
기재부의 한 간부는 "2000년대 들어 정부가 태풍과 같은 재해에 대응하거나 재정수입 부족을 채우기 위해 거의 연례적으로 해온 미니 추경(소규모 추가경정예산) 편성규모가 매년 5조~6조원대였다"며 "만약 현 정부에서 미니 추경을 한 차례라도 더 실시하게 되면 적자성 채무 증가규모는 역대 최대를 기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 정부들의 적자성 채무 증가액은 ▲김대중 정부 14조6,000억원 ▲노무현 정부 63조7,000억원 ▲이명박 정부 87조4,000억원이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미국발 금융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약 29조원 규모의 슈퍼 추경을 편성한 탓에 적자성 규모가 컸다. 반면 현 정부에서는 복지사업 확대 등이 채무를 늘리는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적자성 채무는 국가채무 중에서도 순수하게 세금을 걷어 갚아야 하는 빚이다. 따라서 적자성 채무 증가율이 세금 등을 포함한 재정수입 증가율보다 추세적으로 낮아야 채권자들을 안심시킬 수 있다.
역대 정부의 적자성 채무 증가율은 임기 마지막 해를 제외하면 재정수입 증가율을 추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5년간 적자성 채무와 재정수입의 증가율 전망치를 각각 보면 ▲2013년 11.9%, 5.0% ▲2014년 11.3%, 2.7% ▲2015년 7.5%, 5.8% ▲2016년 6.1%, 5.4% ▲2017년 5.1%, 6.1% 등이다.
그나마 임기 마지막 해에 재정형편이 정부의 기대처럼 호전될지는 미지수다. 박근혜 대통령이 내년도 예산안에 반영하지 못한 복지공약 등을 임기 내에 실현하겠다고 재천명한 만큼 임기 후반기에 재정지출 부담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재정정책자문위원회의 한 민간전문가는 "가뜩이나 국세 탄성치가 추세적으로 떨어지는데다가 경기마저 어려워 재정수입 여건이 계속 악화될 것"이라며 "정부가 과도한 공약을 확실하게 줄이든지 증세를 하든지 해서 재정 대개혁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