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해외매출 비중 크고 일본 업체와 경쟁 덜한 종목이 뜬다

■ 원화 절하 속 더 가파른 엔저

수출 확대하는 녹십자·유한양행 등 제약주 수혜

달러로 결제 OEM업체 영원무역 실적개선 기대

중국 등 거래선 다변화 스마트폰 부품주도 매력



원·달러 환율이 1,050원선을 돌파하며 연일 고공행진을 계속하자 원화 약세 수혜주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원화 약세보다 엔화 약세 속도가 더 빨라 과거 전차(電車)군단과 같은 전통적인 수출주 대신 해외 매출 비중이 높으면서 일본 업체와 경쟁이 덜한 종목들이 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른 수혜주로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일본과 경쟁구도가 형성되지 않는 분야를 살펴야 한다"며 "최근 해외 수출 비중을 확대하고 있는 제약업체, 중국 스마트폰 업체에 납품하는 부품업체, 대금 결제를 달러로 하는 의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업체가 유망하다"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은 2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전 거래일보다 9원40전 오른 1,053원80전에 거래를 마쳤다. 올 하반기 들어 원·달러 환율은 1,010~1,020원대의 안정된 모습을 보였지만 이달 들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9월 초와 비교하면 무려 4.02%(40원70전) 상승(원화 값 하락)했다. 원·달러 환율이 1,050원 선을 돌파한 것은 지난 4월8일(1,052원20전) 이후 5개월여 만이다.

한 달 사이 원·달러 환율이 급상승하자 시장에서는 원화 값 하락으로 수혜 입을 종목 찾기에 분주한 모습이다. 원화 값 하락은 통상적으로 수출 비중이 높은 업체에 가격 경쟁력을 높여주고 추가적인 환차익까지 가져다준다. 원·달러 환율 상승 국면에서 삼성전자와 현대차가 주목을 받았던 이유다. 하지만 최근 원화 값 하락은 엔화 가치 하락과 동시에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수혜주 찾기에 나설 때 좀 더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실제 이달 들어 26일 기준 엔·달러 환율은 4.76% 올라(엔화 값 하락) 원·달러 환율 상승폭(4.02%)을 웃돌았다.


원·달러 환율 상승 수혜주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제약업종이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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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제약사들은 정부의 규제정책이 강화되면서 내수에서 해외 판로 확대로 눈을 돌리고 있다. 제약업계에 따르면 국내 상장 제약사들의 올 상반기 수출금액은 전년 동기 대비 13.7% 늘어난 5,705억원을 기록했다. 평균 수출 비중 역시 13.7%로 지난해에 비해 0.2%포인트 증가했다. 배기달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제약업체 중에서 자체개발 약품의 해외 수출 비중이 높은 상위 업체들이 상대적으로 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른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업체별로 보면 백신의 명가 녹십자를 비롯해 LG생명과학·유한양행·동화에스티 등을 꼽을 수 있다.

녹십자는 올해 상반기 수출액이 92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0% 급증했다. 알부민 등 혈액제제와 독감·수두백신이 상반기에 나란히 329억원의 매출을 달성하며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8월21일 11만6,500원까지 떨어졌던 주가는 이후 환율이 상승하는 구간에 함께 올라 이날 13만2,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한 달 새 13.73%나 올랐다. 해외매출 비중이 45%에 달하는 LG생명과학도 마찬가지다. 같은 기간 LG생명과학의 주가는 3만2,150원에서 3만7,800원으로 17.57% 올랐다. 하태기 SK증권 연구원은 "LG생명과학의 해외 매출 비중은 동종 업계 내에서도 매우 높은 편에 속한다"면서 "아무래도 해외매출이 크면 환율상승에 따른 환차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 상반기 각각 746억원, 553억원의 해외수출을 달성한 유한양행과 동아에스티의 주가도 10% 이상 올랐다. 단 제약 업체 중에서도 원료 수입 비중이 높은 곳은 환율 상승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선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대부분의 결제를 달러로 하는 의류 OEM 업체도 최근의 환율 상승이 반갑다.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업체로는 한세실업과 영원무역이다. 한세실업은 전체 수출액의 95%가 미국이기 때문에 결제 통화가 대부분 달러다. 또 영원무역은 수출 비중이 95%로 이 중 44%는 미국, 33%는 유럽이며 나머지가 아시아 국가로 향한다. 영원무역도 결제를 전부 달러로 한다. 나은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경기 회복으로 미국 바이어들이 지난해 말부터 주문을 늘리고 있는데다 최근 한 달간 원화 약세가 이어졌기 때문에 이들 기업의 실적에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신라교역과 동원산업 등 원양어업 관련 업체에도 원화 약세는 우호적이다. 백운목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신라교역과 동원산업 같은 원양업체들은 모든 제품을 달러로 결제하기 때문에 원화 약세가 이어질 경우 영업에서 유리하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 등 국내 스마트폰 생산 업체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중국 쪽으로 거래선 다변화에 성공한 부품업체들도 주목할 만하다. 크루셜텍·나노스·이노칩 등이 대표적이다. 류용석 팀장은 "최근 중국 쪽 수출 비중을 늘리고 있는 스마트폰 부품주나 반도체 부품주는 일본업체에 비해 기술력이 좋기 때문에 엔저에 따른 피해는 적고 원화 값 하락에 따른 이익을 더 크게 얻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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