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재력가 장부 지워진 인물… 고위 공무원 포함 가능성

검찰 "훼손 23곳 주로 공무원"

피살된 재력가 송모(67)씨의 금전출납장부에서 일부 내용이 수정액으로 지워진 사실이 드러나면서 정관계 로비 의혹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지워진 내용에는 현직 검사를 뛰어넘는 고위공무원의 이름이 들어 있을 가능성도 있어 수사 확대의 기폭제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16일 서울남부지검에 따르면 송씨 아들은 장부의 내용 일부를 수정액으로 지우고 장부 끝에 붙어 있던 별지를 폐기한 뒤 검찰에 제출했다.


검찰은 해당 장부가 '원본이자 전부'라는 송씨 유족의 말을 믿었지만 이는 거짓으로 판명난 셈이다.

검찰에 따르면 송씨 아들은 장부 본문에서 현재 수도권 검찰청에 재직하고 있는 A부부장 검사 이름을 비롯해 모두 23곳을 지웠다. 또 돈의 용처를 함께 기재해 A검사만 따로 정리해 붙여놓은 별지 2∼3장을 폐기했다.

이러한 사실은 경찰이 뒤늦게 제출한 장부와 별지 사본을 검찰이 갖고 있던 장부와 비교해본 뒤에야 드러났다.


사본은 송씨 아들이 수정액으로 지우기 전 경찰이 확보해놓은 것이어서 A검사의 이름과 돈이 건네졌다고 기록된 내역 전부가 그대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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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씨 아들은 지난 2일 경찰로부터 장부를 돌려받은 뒤 다음날 저녁 검찰에 제출하기 전까지 장부 내용의 일부를 수정액으로 지운 것으로 추정된다.

지워진 대상은 주로 공무원이거나 송씨의 사생활과 관련된 인물이라고 검찰은 전했다.

송씨 아들은 검찰 조사에서 "아버지와 가깝게 지내던 사람들의 이름이 있어 피해가 갈까 봐 자발적으로 지웠다"고 진술했다.

이름이 지워진 공무원은 장부에 오른 사실이 드러났을 때 타격이 클 고위직이거나 건네진 돈의 액수가 큰 인물일 가능성이 높다.

지금까지 장부에 등장한 인물은 현직 국회의원을 비롯해 전현직 시·구의원, 검찰·경찰·법원·세무·소방 공무원 등 정관계 인사들이 다수인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본문에서 지워진 내용과 사라진 별지 원본을 확인하게 되면 지금까지 알려진 것보다 많은 인물이 거론되거나 이들에게 건네진 돈의 액수가 달라질 수 있다.

검찰은 지난 14일 밤부터 송씨 아들을 불러 장부를 훼손한 정확한 동기와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송씨 아들에게 구체적인 혐의가 적용될지는 법리검토를 거쳐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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